공룡의 목덜미를 싱그럽게 부비던
백악기의 어느 날
쪽빛 강물이 느닷없이 뒤집힐 때
그들은 발바닥을
씻었을까

땅을 딛고 서 있는 고단함
가늠할 수 없는 그들의 울음이
맨질맨질한 백악기의 바위에
내리고
쌓이고
패이고

밥그릇만한 그들의 발자국에
내 발을 밀어 넣고 앉아
공룡의 맥박을 끌어안는다




<감상> 발바닥으로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건 유일하게 울음뿐일까요. 백악기의 공룡들은 발바닥을 씻고 자신의 흔적을 남겼을까요. 그들의 발자국에 자신의 발을 밀어 넣는 시인의 발이 뽀얗습니다. 자신의 족적(足跡)을 후대에 남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연 자신의 발자국에 맥박을 끌어안을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 보세요. 어느 날 천장에 매달린 메주 덩어리에 어머니의 뒤꿈치가 새겨져 있었어요. 어머니의 마지막 발자국을 남겨둬야 할 것 같아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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