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원맨쇼' 하듯 다채로운 연기
주식 종목코드를 다 외울 정도로 머리가 비상하지만, 지방대 출신에 연줄 없는 현실의 높은 벽 앞에 좌절한다. 실시간 공개되는 개인별 거래 수수료 성적은 몇 달째 0원. ‘이 길이 아닌가 보다’라며 절망할 때 누군가 검은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바로 베일에 싸여있던 증권가 큰 손. 그를 만나려면 번호표를 뽑고 줄을 서야 한다고 해서 ‘번호표’(유지태)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의 작전 지시에 클릭 몇번으로 수억 원 수수료를 챙긴 조일현은 점차 돈맛을 알게 된다. 쉽게 번 돈은 냄새를 풍기는 법. 금융감독원 ‘사냥개’ 한지철(조우진)이 냄새를 맡고 수사망을 좁혀온다.
돈맛에 빠진 젊은이가 돈에 지배당했다가 결국 잘못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순진하고 의욕 넘치던 신입사원 조일현은 처음 누리는 물질적 풍요에 행복해하지만, 차츰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광기 어린 모습으로 바뀐다. 정당하게 번 돈이 아닌 탓이다. 수사망이 조여올수록 초조해하고 불안에 떤다. 그러면서도 클릭을 멈출 수 없다.
외모, 학벌, 성격, 집안까지 타고난 ‘금수저’ 동기 전우성(김재영)이나 조일현에게 번호표를 소개해준 회사 선배(김민재) 등 다양한 인물도 극을 풍성하게 한다.
다만 남성 위주 증권사에서 유일하게 여성 브로커인 박시은 대리(원진아)의 모습은 전문직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그대로 담고 있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