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당신 방 창문 앞에
펑, 폭탄처럼 귀신처럼
허공을 말아 쥐는 나의 몰입
그것은 유혹이 아니라 발정이다
얌전하게 입술 다물어 발음하는
봄 따위, 난간 위를 걷는 고양이 걸음으로
한바탕 미치면 미치는 거다, 뭐
오늘이 세상의 끝나는 날이다 몸을 열어
한 순간에 숨통 끊어져라 하얗게 할퀴는
꽃, 곱게 미쳐서 맨발로 뛰어내리는데
모가지가 허공에 줄을 맨다





<감상> 하얀 목련이 피었는데 왜 죄를 지으려는 걸까. 당신을 향한 음란한 몰입은 죄 아닌 죄가 아닐까. 몰입이 아니면,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곧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상태가 꽃피고 지는 순간이다. 꽃피는 절정의 순간처럼 화자는 밤새도록 유혹이 아닌 발정의 상태에 놓여 있다. 도저히 춘정(春情)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 꽃이 떨어지는 순간도, 당신을 향한 몰입도 숨통이 끊어지는 한 순간에 이루어진다. 허공에 목숨줄까지 걸어 놓는 아슬아슬한 순간이 당신을 향한 사랑이다. 마음속에 품은 사랑은 죄 아닌 죄이므로 간극(間隙)이 필요 없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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