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30~40 직장인, '한 달 살기' 등 휴가 트랜드 선도
소득 줄어 저녁만 있는 삶 우려도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문화가 자리 잡으며 요즘 직장인의 휴가 풍경이 바뀌었다.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여행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보고 듣는 것을 넘어 한 곳에서 밀도 높은 경험을 직접 찾아 즐기는 여행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A(32)씨는 미세먼지가 극심하던 지난달 말 1주일 동안 베트남 다낭을 다녀왔다.

회사에서는 연초부터 긴 휴가를 떠난다고 눈치 주는 일 없이 선뜻 휴가를 수락했다. 홀로 떠나는 첫 해외여행이었지만 여행사의 도움은 필요 없었다. 숙박은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 도심지와의 거리 등을 따져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편안한 곳으로 예약했고 구경할 곳도 배낭여행처럼 스스로 찾았다.

A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직장에서 본인의 자리를 1주일 이상 비우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며 “법이 보장한 주 5일 40시간 근무의 혜택을 잘 사용하면 일에 치여 삶을 돌아보지 못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B(46)씨는 오는 8월에 온 가족과 함께 약 1달에 걸쳐 다녀올 여름 휴가계획을 세우느라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20년 근속자인 B씨가 회사로부터 30일의 포상휴가와 휴가비를 지급 받았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후배들로부터 ‘한 달 살기’를 추천받은 B씨는 부인, 두 자녀와 함께 장기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다.‘한 달 살기’란 낯선 도시에서 한 달 동안 체류하며 현지 문화를 몸소 느끼며 바쁜 여행 일정에서 벗어나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여행방법이다.

현재 B씨네 가족의 물망에 오른 여행지는 서늘한 휴양지로 유명한 스웨덴·노르웨이 등 북유럽 지역이다.

B씨는 “예전에는 연차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확실히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파크투어가 고객들이 구매한 해외항공권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 달 살기’ 여행 수요가 2016년과 비교해 3년 만에 198% 증가했다.

또 지난해 제주도 여행 수요 분석 결과, 전년 대비 제주도에 1주일 이상 장기 체류하는 항공 예약 수요는 34%, 숙박은 46% 등 크게 늘어나는 등 국내·외 장기여행 트렌드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2시간 근무 상한제’로 소득이 줄어 ‘저녁이’ 있는 대신 ‘저녁만’ 있는 삶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오는 4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선 52시간제 위반 시 사업주 처벌이 시작되는 등 시행 효과가 극대화된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14%인 277만명이 52시간제 효과에 노출되는 가운데 ‘워라밸’을 선도하는 젊은 근로자들인 30대(35%)와 40대(26.5%)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 밖에도, 돈 또한 삶에 중요한 요소라는 ‘머라밸’(Money-Life Balance)이란 말도 나타나는 등 연장근무 감소로 초과급여가 줄어 여가지출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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