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용구장 DGB대구은행파크, 관중 친화적 설계·최상의 입지
개막전 1만2000여 석 '매진'…선수단은 2대0 완승으로 화답

DGB대구은행파크가 지난 8일 개장하면서 대구가 축구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관중석 바로 앞서 그라운드가 펼쳐지면서 더욱 생동감 있는 축구를 즐길 수 있다.
“대구가 축구 도시였나요?”

대구가 축구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새로운 경기장이 가져온 변화는 단 한 경기 만에 위력을 발휘했다.

DGB대구은행파크 개장경기가 열린 지난 9일.

변화의 모습은 지하철 1호선 대구역에서부터 시작됐다.

대구역은 주말이면 한산한 역으로 꼽힌다.

기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주로 동대구역으로 가며 삼성라이온즈가 수성구로 홈 구장을 옮긴 이후 대구역 유동인구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줄었다.

하지만 과거 시민운동장 자리에 위치한 DGB대구은행파크가 개장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대구역에서 DGB대구은행파크까지 거리는 성인 걸음으로 10여분에 불과하다.

과거 야구장을 찾던 풍경이 재현 됐으며 DGB대구은행파크로 가는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곳곳에 설치됐다.

낮 12시께. 경기 시작 2시간 전이지만 몰려드는 팬들의 발길에 경기장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뤘다.

매진된 예매표 1만1000장을 출력하려는 팬들과 남아있는 1000석을 현장에서 구매하려는 팬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현장 판매분도 30여분 만에 모두 팔려 나가 발길을 돌리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DGB대구은행파크가 지난 8일 개장하면서 대구가 축구도시로 거듭나고 있다.경기 2시간 전부터 축구팬들이 몰렸으며 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사정이 이렇다보니 암표상들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입장권 가격은 성인기준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이다.

암표상들은 1만 원 정도의 웃돈을 요구했으며 즉석에서 흥정을 하는 팬들도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팬들은 암표상들에 호응하지 않았으며 경찰이 배치돼 드러내놓고 판매를 하지는 못했다.

유니폼 등을 판매하는 팀스토어도 발 디딜 틈도 없이 팬들이 몰려들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역시 가장 인기 있는 마킹은 골키퍼 조현우가 차지했다.

새 경기장 내부도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좌석은 성인 남성이 앉아도 앞자리와의 공간이 사람 1명이 충분히 다닐 수 있었다.

음료 등을 놓기에는 부족했지만 팔걸이도 구비 돼 있어 옆 사람과 어느 정도 떨어질 수 있었다.

관중석과 그라운드가 불과 7m밖에 떨어지지 않는 전용구장의 효과는 선수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과 공을 차는 파열음이 생생히 들렸다.

특히 K리그 구장 최초로 관중석 바닥을 알루미늄으로 마감한 것은 새 구장의 가장 큰 무기가 될 전망이다.

경기 시작 직전 장내 아나운서가 ‘쿵 쿵 골’이라는 새로운 응원 구호를 외쳤다.

모든 팬들은 발 아래를 구르자 압도적인 소리가 경기장 전체를 가득 채웠다.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의 소리는 상대 팀을 위축시키기 충분했다.

경기에서도 효과는 분명했다. 대구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일제히 관중들이 발을 구르며 골을 외치자 경기장 전체가 들썩거렸다.

만원 관중의 위력도 발휘됐다.

그동안 대구는 비인기 구단이라는 멍에 속에 부당한 판정을 받는다는 불만이 구단은 물론 팬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조현우가 월드컵 스타가 되고 대구 경기가 관심을 받자 판정이 공정해 졌으며 성적으로 이어졌다는 농담도 적지 않을 정도였다.

전반 38분 김대원이 골을 넣었을 때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다.

이때 팬들은 일제히 골을 외쳤다. 전 관중의 함성이 경기장에 울려 퍼지면서 모든 팬들의 긴장감과 흥분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비록 골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대구 홈 구장에서 잘못된 판정을 내리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주기 충분했다.

다만 팬들은 전광판이 하나만 설치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본부석에서 맞은편 우측에 대형 전광판이 마련돼 있는데 전광판과 같은 면에 있는 관중석은 바라보기 힘들다.

코너 부분 E석에서 경기를 관람한 김병일 씨(36)는 “경기력, 경기장, 팬들의 성원 등 모든 것이 완벽했다”면서도 “전광판이 보이지 않아 경기 진행 시간, 교체 선수 등을 한번에 보기 힘든 것만 아쉬웠다”고 말했다.

또 “메인 전광판 수준이 아니라 경기 시간과 선수 이름만 표시되는 작은 전광판을 메인 전광판 맞은편 코너에 마련해 주면 정말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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