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피해 건물 소유자 등에 동일피해·풍수해보험 중복 지급
행안부, 20억여원 환수 요구…"소유자 대신 거주자에 지급하라"
범시민대책본부 "환수조치 부당"…2018년 개정안 소급적용 않고 지진당시 법령 적용 불합리 지적

행정안전부가 지난 2017년 포항 지진 피해주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에 대한 감사결과 관련 피해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는 포항 지진으로 인해 주택 파괴 등의 피해를 입은 2만2685건에 대해 234억9000만원을 지급했으며, 지진피해의연금으로 접수된 360여억원도 재난피해자에게 지급됐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그동안 지급된 재난지원금에 대한 감사결과 과오지급 사례 2078건, 20억4500만 원에 대해 환수할 것을 요구했다.

과오지급 유형을 보면 △소파 피해 소유자 지급 1908명 18억7500만원 △동일피해 물건지 71명·풍수해 보험 중복지급 12명 8700만원 △상가 건물을 주거용으로 지급 58명 5600만 원 △빈집 지급 29명 2700만 원 등이다.

이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소파 피해 소유자 지급분과 동일피해 물건지에 대한 풍수해 보험 중복지급 등 두 가지다.

행안부는 소파 피해 지급과 관련 2017년 재난지원금 지침상 실거주자에게 지급토록 돼 있으나 1908명이 소유자에게 지급됐다는 판단이다.

이 지침은 2018년 건물 피해 보수 의무가 소유자에게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급대상이 소유자로 바뀌었지만 행안부는 2017년 지침 기준으로 지급됐기 때문에 소유자에게 지급된 지원금을 환수해 실거주자에게 지급하라는 취지다.

행안부의 방침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급된 지원금을 환수해 재지급하는 것보다는 소유자든 실거주자든 지급 받은 지원금으로 피해 복구했다면 굳이 환수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측면에서 환수조치로 인한 행정력 낭비와 환수로 인한 주민 피해는 불가피하게 됐다.

재난지원금 및 풍수해보험 보상의 이중지급 문제 역시 정부가 기초생활 수급대상자 보호를 위해 보험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복지급을 받지 못하도록 해 정부 복지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풍수해 보험은 정부가 각종 재난 발생 시 기초수급자의 재기를 위한 경제적 보상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보험료를 지급하며 가입한 단체보험이다.

만약 개인이 풍수해 보험에 가입했다면 보험보상과 재난지원금을 모두 받을 수 있지만 행안부는 정부가 보험료를 냈다는 이유로 풍수해 보험보상을 받으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기초수급자 복지향상이라는 정부의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김민정 포항시의원에 따르면 포항지역 풍수해 보험가입자 중 NDMS(재난관리시스템)에 피해를 등록한 건수는 216건이지만 실제 중복 환수 대상자는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보험회사 배불리기만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의원은 또 지급된 재난지원금에 대해 정부가 환수할 경우 또 다른 억울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고, 주민과 행정간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법원도 “잘못 지급된 보상금 등의 환수는 공익상의 필요성이 환수로 인한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만 환수 처분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1두31697판결)’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며 이번 행안부 감사결과에 유감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공동대표 모성은)와 법무법인 서울센트럴(대표변호사 이경우)도 12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포항지지 재난지원금 환수 예고조치의 부당성’이라는 제하로 기자회견을 갖고 “개정된 ‘자연재난조사 및 복구계획 수립요령 별표(2018년 7월 24일 개정)’상 포항지진을 특정해 (지급 대상을)소유자로 한다고 밝혔으므로 환수조치는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민법 제744조(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도 ‘채무 없는 자가 착오로 변제한 경우에 그 변제가 도의관념에 적합한 때에는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돼 있는 만큼 환수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포항시는 행안부의 환수조치에 대해 재난지원금의 실질적 사용 등이 확인될 경우 환수조치를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행안부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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