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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제2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상황이 크게 변화되기를 기대했지만 결국 무위로 끝남으로써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이 말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a free lunch in economy)'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주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이번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한 절호의 찬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미국이 믿을 만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미국으로부터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반대급부를 최대한 보상받는 통 큰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우리 역시 이번 하노이 회담은 우리에게 한반도 비핵화에 따른 평화의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드는 회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는지 지난달 19일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라고 밝혔다. 이건 어쩌면 점심을 함께 먹을 생각이 전혀 없는 친구에게 ‘내가 점심값을 낼 테니 마음껏 먹으라’는 것과 같다.

물론 우리 정부 입장에서야 이래저래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따른 기회비용을 지불할 수 도 있다. 그러나 비핵화 없는 점심값을 우리가 낸다고 하면 자칫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가 봉이 되겠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과 같아 신중했어야 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변 핵 시설 폐기는 불가역적 조치’라는 북측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며 미·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 했다.

문재인 정부가 제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8개월여 만에 열린 양국 간 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자칫 “임기 내 한반도 평화의 획기적인 전기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발목 잡혀 냉철한 이성이 마비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왜냐하면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 우리 동맹국들에게 핵 위협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에서 미사일 또는 위성용 로켓 발사 준비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고 한다. 위성로켓이라 하더라도 탄도미사일과 같은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보복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뒤 낸 첫 대내 메시지는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였다.

이 메시지의 의미는 북한은 여전히 핵 무력을 유지한 채로 경제건설에 나서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 북한의 가장 급선무는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 경제의 빨간 신호를 청신호로 바꾸는 것이다. 36살의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그동안 북한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대북제재’를 눈앞에 두고 ‘고난의 행군’할 것인지 아니면 통 큰 정치로 인민들에게 ‘따뜻한 이밥에 고깃국’을 먹일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하노이 회담을 통해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인민을 위해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를 알 것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남북문제 앞에서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을 통해 국익을 놓고 세기의 담판을 벌이는 외교전에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은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 정권을 통해 공짜 점심을 먹든 먹지 않든 우리의 안보는 우리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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