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연구위원
최근 구미 제조업은 업체 수, 근로자 수가 줄어들고 부가가치도 많이 줄어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미에 있던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경기도 수원으로 이전하였다.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북과 구미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대기업의 이전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이전 자체보다는 협력업체와 연관기업이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이 더 걱정스럽다. 이는 경북지역 경제뿐만이 아니라 소득형태로 이전되는 대구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지역 경제의 재건을 위한 노력으로 SK하이닉스 구미 유치를 추진하였다.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위한 20만 명 서명운동까지 추진하였으며, 경상북도시장군수협의회를 통한 수도권 공장총량제 준수 및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구미 유치도 건의했다. 이는 대기업 유치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업이 2020년부터 10년간 120조 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고 고용창출 효과가 높아 침체된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은 민생안정과 공공복리증진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이익을 창출하고 수익이 큰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영리추구 조직이다. 그럼에도 불황기에 당장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기 때문에 기업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아담 스미스가 역설한 ‘개인의 이기심은 공익으로 변화한다’ 라는 말을 들어보면 기업이 공공에 미치는 긍정적 외부효과도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평과 아쉬움을 접어두고 한 번쯤은 지역의 입지여건이나 환경이 어떤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지역경제에 이득이 되는 것은 모두 지방자치단체가 부지공급,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하면서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몇 가지 이유를 보면, 과거 섬유와 전자산업이 호황을 누릴 때 몰려들던 우수인력 집객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재 유출을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인재들을 채용하고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능한 외부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가 SOC 등은 잘 갖추어져 있어 국내 교통여건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현재 대기업은 국내 수요보다는 해외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대외진출을 위한 접근성 개선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것은 바로 공항이다. 항공은 여객뿐 아니라 물류까지 잘 갖추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은 기업 입장이고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정주여건을 우선적으로 보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도시화율이 80%를 넘어 생활측면에서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거의 없다. 다만 수도권에 살면서 지방도시의 사정과 정보에 익숙해 있지 않고 교육, 주택, 주변 환경 등에서 만족할 만한 여건이 충족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처럼 수도권에 비해 모든 것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입지여건에 민간기업이 들어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경북·대구는 대기업 유치와 더불어 지역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현재 경북·대구는 10인 이상 종업원이 있는 제조업 비중도 높고 300인 이상 중견기업이 111개로 전국대비 15.2%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산업역량은 여전히 높다. 특히, 경북은 아직도 경기도 다음으로 사업체 비중이 높다. 이들 기업에 대한 환경 조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북·대구는 당장에 외부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출산율이 낮아진다고 급한 마음에 재정지출로 잡아두는 방식은 고려해 볼 일이다. 또한 자동차, 섬유 등의 주력산업에 대해 효과가 미미한 단기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마련하는 장기 정책 방향 수립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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