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진단해 오던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성 주문을 했다. 12일 IMF 연례 협의단은 “한국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중단기적 역풍을 맞았으며 부정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IMF의 지적이 아니어도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이 경기 둔화의 어두운 터널에 들어섰다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투자와 수출부진이 생산과 고용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투자와 수출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설비와 건설투자 지표, 수출 선행지표도 향후 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세계 경제 흐름 또한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한국의 국내 정치는 물론 4강 외교 등도 원만하지 못해 경제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12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하면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초당적 원탁회의를 제안한 것은 매우 적절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강경 발언으로 이 제안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과 재계가 함께 하는 경제대책 회의를 지속적으로 열어야 할 것이다.

정부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1일 ‘3월 경제동향’에서 한국 경기에 대해 5개월 연속 ‘경기둔화 지속’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해 10월 ‘정체’에서 한 달 뒤 ‘다소 둔화 된 상황’이라고 평가를 바꾼 뒤 경고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 같은 경고는 당장 지표에서 드러나고 있다. 관세청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유일한 버팀목이던 수출이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는데 3월도 같은 상황이 지속 될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다. 3월 초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29.7% 감소했고, 석유제품과 선박도 각각 39%, 9.7% 급감했다. KDI는 투자와 수출 등 수요 측면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광공업과 건설업 등 생산 측면까지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 같은 우리 경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야당 원내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소득주도성장 실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 대신 전문성을 갖춘 경제부처와 여야 정당이 한자리에 앉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정도로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철강과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생산성 저하와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유일하게 호조를 보이던 반도체도 꺾이고 있다. IMF가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할 것과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 기존 사업자에 대한 보호 완화 등의 개혁을 주문했다. 야당 원내대표의 강경 발언을 꼬투리 잡아 세월을 보낼 것이 아니라 당장 이러한 벼랑 끝 경제 현실을 놓고 원탁에 둘러앉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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