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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인문학] 감탄의 효과

최영미 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등록일 2019년03월14일 18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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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미 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많이 감탄해라,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많은 사람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이 말은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말이다. 그가 평생 그린 900여 점의 그림은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어 프랑스에서 완성된다. 수많은 그림을 그렸으나 생전 단 한 작품밖에 팔지 못한 고흐, 그 가난한 고흐가 훌륭한 화가로서의 길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동생 테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흐는 평생 그런 동생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썼고 그 편지를 통해 우리는 고흐를 속속들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모델을 살 돈이 없어서 자화상을 그리면서 습작을 지속했다는 고흐. 그는 거울 속의 자신을 가장 훌륭한 모델로 삼은 화가이다. 고흐의 그림이 갈수록 웅숭깊은 무게를 가지고 그의 편지가 심오한 삶의 사유들로 점철될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을 어떻게 그려야 더 잘 그릴 수 있을지를 궁리했기 때문이 아닐까.

고흐가 연필을 움직이고 붓을 움직여 최대한 자세히 그려내기 위해 자신을 관찰하듯, 한 번이라도 그렇게 진지하게 거울 앞에 서본 적이 있었던가. 거울 앞에서 화장을 고치거나 옷맵시를 고치거나 머리를 만지려는 목적이 아니고 순전히 나를 들여다보고 관찰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선 적이 있었던가. 고흐의 그림이 어려움 속에서도 나날이 깊이를 더해간 것과 그의 편지가 보는 사람의 심장 한가운데에 닿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무래도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는 거울 속의 나, 그 거울 속의 고흐는 고흐에게 변화하라고 말하고 더 노력하라고 말하고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고흐가 절망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거울 속의 나’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한 번쯤 거울 속의 나를 향해 웃어주면 어떨까. 당신 참 예쁘군, 칭찬이라도 해주면 그 거울 속의 나는 정말 예뻐지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일까. 고흐는 그렇게 자신에게 감탄하면서 일생을 그림과 같이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와 거울 속의 나와….

그에게는 늘어난 주름살과 늘어난 흰머리나 자라난 수염이 얼마나 고마웠을까. 자신의 변화에 감탄하며 다양한 대상을 그릴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러므로 많이 감탄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고흐의 말은 크고 화려한 것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 날마다 달라지는 모습에 대한 감탄이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해진다.

감탄을 한 적이 언제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미세먼지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거나 늘어난 주름살 때문에 한숨을 쉬거나 늘어난 수업시간 때문에 푸념을 한 것 외에 정말 내가 감탄을 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어쩌다 저녁 하늘을 보거나 막 시작된 달의 꼭짓점을 봤을 때 감탄한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것마저 아득하다. 나는 왜 감탄을 이토록 아끼고만 있었을까.

디아돌핀은 감동하거나 감탄할 때 생겨나는 호르몬이다. 엔돌핀의 4000배가 되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 몸에서 저항력과 생명력과 활력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제 감탄해보자, 고흐가 그러했듯 거울 속의 나를 보면서 오늘은 디아돌핀이 생성되도록 크게 한 번 감탄해보자. 혹시 모를 일이다. 고흐처럼 훌륭한 예술가로 오늘부터 거듭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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