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국내외 문학기행 나서, 세기의 작가들 사유 흔적 읽어내

작가,여행_앞표지
20여 년 동안 국내외 문학기행을 다니며 수많은 작가들을 만나온 이다빈 시인은 마음속에 진하게 남아 있는 열아홉 명의 작가와 다시금 재회하며 ‘작가, 여행’(아트로드)을 펴냈다. 저자는 중국, 러시아,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덴마크, 스페인의 대문호 작가들의 고향, 작품배경지, 마지막 거처 등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치열했던 사유의 흔적과 마주하고 시를 띄워 말을 건넨다. 또한 작가의 주요 작품을 통해 시대와 역사를 읽고, 그 내면을 더 깊숙이 들여다본다. 만약 당신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면 시련과 고통 앞에 무릎 꿇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 작가의 길은 당신 삶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사마천 ‘사기’, 연암 박지원 ‘열하일기’,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셰익스피어 ‘햄릿’,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안데르센 ‘인어공주’,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한 번쯤 들어본 작가와 작품이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살아왔을까? 사마천이 ‘사기’집필을 멈추지 않기 위해 생식기가 잘리는 궁형을 감내하고, 연암 박지원이 10대 때부터 앓던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저잣거리에 나가 사람들과 부대끼고, 제임스 조이스가 더블린 사람들의 민낯을 까발리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조국으로부터 쫓겨나고, 안데르센이 사실은 배우를 꿈꿔왔지만 이에 좌절돼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재까지 꾸준히 읽히고 있는 세계적인 문학작품은 이처럼 작가들의 굳은 의지와 시련을 거쳐 탄생했다.

저자는 인간 근원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던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껴보고자 그 흔적을 따라 나선다. 중국에서는 사마천, 두보, 루쉰, 윤동주의 고향과 백거이가 정치에 대한 실망으로 벼슬을 내려놓고 마지막 거처로 삼은 향산사, 연암 박지원이 만났던 새로운 세상 열하로 떠난다. 더불어 중국의 민족혼 루쉰이 제자 쉬광핑과 10년간 동거생활을 했던 상하이의 루쉰고거와 윤동주가 운명적 관계인 송몽규가 그리워 편입학까지 했던 일본 교토의 도시샤 대학 등 작가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과 장소에 대해서도 조명해 본다.

러시아에서는 결투를 앞둔 푸시킨이 머물렀던 문학카페와 ‘죄와 벌’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가 건넜던 코쿠슈킨 다리를 따라 거닐며 인생의 갈림길에 선 이들의 심리를 헤아려 본다.

마지막으로 유럽에서는 영국의 셰익스피어, 아일랜드의 제임스 조이스, 오스카 와일드, 예이츠, 스페인의 세르반테스의 고향을 방문한다. 그리고 프랑스 파리의 하수구 속으로 들어가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의 삶을 느껴보고, 에즈에 있는 니체의 산책길을 걸으며 니체의 사상과 같이 사색한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는 뉘하운을 중심으로 안데르센 동화 속 배경지를 찾아다니며 안데르센의 굴곡진 인생을 짚어본다.

‘작가, 여행’에서는 우리 삶의 모양은 각자 다르지만 결국 그 본질은 같다고 말하고 있다. 삶은 고통이다. 또한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은 ‘희망은 없다’라고 말한다. 대신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비로소 진정한 삶을 마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용기 있는 ‘작가’ 열아홉 명의 삶을 ‘여행’하며 당신의 길을 찾아보길 바란다.

저자 이다빈은 1996년 ‘현대경영’,‘한국현대시 30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동화집 ‘모자선생님’으로 문예진흥기금을 받았으며, 2016년 시집 ‘문 하나 열면’을 출간했다. 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도서관 상주작가로 활동하면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엮어냈다. 2018년에는 예술가 인터뷰에세이집 ‘길 위의 예술가들’을 출간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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