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서울 봉은사 출발, 12일간 안동 도산서원 이동
걷기 도중 강연회도 진행돼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 노정
퇴계 이황(1501∼1570)이 1569년 임금에게 사직 상소를 올리고 걸은 마지막 귀향길을 450년 만에 재현한다.

‘위대한 발자취, 경(敬)으로 따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귀향길 재현은 내달 9일 퇴계가 유숙했던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출발해 12일 동안 320여㎞를 도보로 안동 도산서원까지 이동한다.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70여㎞는 부득이 선박을 이용한다.

재현단은 매일 오전 8시에 출발해 하루에 20㎞ 내외를 이동하며, 일반인도 참가가 가능하다. 또 서울 봉은사와 안동 도산서원을 비롯해 13곳에서 기념식과 강연회가 열린다.

퇴계 이황은 선조가 즉위한 이듬해인 1568년 조정이 거듭해서 부르자 고향에서 상경했다. 그는 대제학으로서 어린 임금을 보좌했고, 성리학의 핵심을 응축해 담은 책인 ‘성학십도’(聖學十圖)를 제출했다.

고향에서 학문을 수양하며 만년을 보내고자 한 퇴계는 여러 차례 사직을 청한 끝에 1569년 3월 4일 일시적 귀향 허락을 받아냈다. 다음날 바로 길을 나선 퇴계는 임금의 배려로 충주까지 관선(官船)을 이용했고, 이후에는 말을 타고 죽령을 넘어 도산서원에 도착했다.

13일의 여정 동안 퇴계는 가는 곳마다 배웅나온 제자, 관원 및 친구들과 시를 주고받는 등 상세한 기록들을 남겼다. 고향에 돌아온 퇴계는 도산서당에 먼저 들러 평생 아끼던 봄날에 활짝 핀 매화를 보고 매화시 두 편을 남겼다.

귀향길 재현 행사 개회식은 내달 9일 오후 2시 봉은사 보우당에서 열린다. 조순 전 도산서원 원장과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축사를 하고, 이광호 회장과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강연한다.

강연은 걷기 도중에 여러 차례 진행한다. 정순우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허권수 경상대 명예교수, 이기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김기현 전북대 명예교수, 김언종 고려대 명예교수 등이 강사로 나선다. 충주에서 일정이 끝나는 다음 달 15일에는 김종성 충남대 의대 교수가 퇴계가 지은 시조인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을 소재로 완성한 공연을 선보인다.

김병일 도산서원장은 “귀향길 재현을 통해 퇴계 선생의 삶과 정신적 가치를 공유하고, 심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귀향길 연도지역이 새로운 문화자산으로 자리잡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도산서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이 주최한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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