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차가 오니 골목에
생기가 확, 돕니다
비닐 봉지에 담겨
골목길 올라왔던 갖가지 먹을 것들의 냄새가
시공을 초월 한통속이 되어 하산길 오르니

마냥 무료하던 길에
냄새의 끝, 구린내 가득하여

대파 단을 든 아줌마가 코를 움켜쥐고 뜁니다
숨 참은 아이가 숨차게 달려 내려갑니다
부르르 몸 떨며 식사중인 똥차의 긴 호스 입 터질까
조심, 목욕하고 올라오던 처녀가 전봇대와 몸 부딪쳐
비눗갑 줍느라 허둥대는
살내음

라일락꽃에 걸쳐 있던 코들도 우르르 쏟아지고 말아




<감상> 봄은 진동하는 구린내에서 오는가. 밭에는 썩거름을 뿌리는 데서, 골목길은 똥차가 오는 데서 봄은 활기를 찾는다. 겨우내 무료하던 골목길에 냄새의 끝인 구린내가 들어서면 모든 냄새를 압도한다. 비닐봉지에 담긴 먹을 것의 냄새, 목욕하고 올라오는 처녀의 살내음, 라일락꽃에 걸쳐 있던 꽃향기들도 비켜서고 쏟아지고 만다. 인간이 만물을 먹고 쏟아낸 것이 똥이고, 똥차는 똥을 먹고, 채소는 똥을 먹고 자란다. 이렇게 순환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젠 봄에 그윽한 똥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라일락꽃에 코를 대고 향기를 맡듯이.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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