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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경두 육군사관학교 토목환경학과 교수
지진은 크게 자연지진과 유발지진 그리고 촉발지진으로 분류된다.

통상 촉발지진을 유발지진의 범주에 포함 시키기도 하지만 학문적으로는 엄연히 구별된다.

유발지진은 과도한 양의 폐수를 지하에 주입하여 멀쩡한 지각이 붕괴되면서 지진이 일어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면 촉발지진은 땅속에 가해진 높은 압력이 비활성단층을 활성화 시켜서 지진이 일어나는 경우가 대표적인데 지열발전소에 의한 포항지진이 바로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러면 유발지진과 촉발지진 중에 어느 경우가 인재적인 요소가 더 클까?

유발지진은 지진에 상당히 안전한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데 지각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각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여 폐수를 주입하다가 지진이 일어나게 되는데 일종의 ‘과실’에 가깝다. 지각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점도 유발지진이 일어나는 원인의 하나다.

한편 촉발지진은 지진의 위험이 있는 단층대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지진 촉발 임계치를 넘는 강한 수압으로 지하에 유체를 주입하면서 단층 내의 압력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마찰력이 감소하여 단층이 미끄러지면서 지진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촉발지진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로 ‘과실’보다 더 중한 책임이 따른다.

강한 수압으로 지하에 유체를 주입하는 행위가 지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지하에 지진 촉발 임계치를 넘는 높은 압력을 가하면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은 이미 1973년에 확립된 정설이고 지진 촉발 임계치 기준도 이미 밝혀져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그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지진 촉발 임계치인 25.5 메가파스칼을 다섯 배 이상 초과한 132 메가파스칼의 초고압수를 지하 4.3km에 주입하면서 인접한 단층 내부의 압력 상승과 이에 따른 마찰력 감소로 단층이 미끄러져 발생한 전형적인 촉발지진이다.

시속 30㎞로 서행해야 할 골목길을 시속 150㎞로 달린 셈이다.

사고가 안 나면 이상할 정도다.

지열발전소에 물을 주입함과 동시에 미소지진부터 규모 3.1까지 무수한 지진이 발생할 때 중단했어야 한다.

필자는 작년부터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의 강한 수압에 의한 촉발지진임을 한동대학교 지진 세미나와 경상북도 도의회 지진대책특별위원회 지진업무연찬회 등을 통하여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조사단 발표를 통해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임이 확인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포항이 ‘지진 도시’라는 억울한 오명을 벗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더 나아가 포항은 자연지진에 안전한 도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밝히고자 한다.

포항은 지하 2km까지 화강암이 관입해 있어서 자연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광역지하수가 지하 깊은 곳까지 뚫고 들어갈 수 없다.

그 대신 지하 1㎞ 부근에 있는 사암층을 따라 동해바다로 빠져나간다.

광역지하수는 동해안에서 수십 ㎞ 떨어진 먼 바다까지 가서야 지하 10~20㎞ 깊이에 도달하여 규모 4 이상의 자연지진을 일으키게 된다.

포항은 지각이 연약한 신생대 퇴적층으로 되어 있어서 일단 지진이 발생하면 피해가 크지만 천만다행으로 규모4 이상의 자연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인 ‘지진 청정지역’이다.

포항지진이라는 국가적인 재난의 원인 규명은 마무리 단계이지만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지하에 유체를 주입하거나 뽑아내는 행위가 유발지진이나 촉발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포항지진을 통해서 명확하게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관련된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여 포항지진과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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