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에 시용한 쇠로 된 관 녹슨채 쌓여 있어
391억 투입된 정부 연구개발사업…포항시, 폐쇄 추진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의 촉발지진으로 밝혀진 20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는 문이 굳게 닫혀있고 마당에는 물 주입 당시 사용했던 자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포항지열발전소는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난 직후 일부 전문가나 시민으로부터 지진 관련성이 있다는 의혹을 샀다.

11.15 포항지진을 촉발한 것으로 발표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자리 잡은 포항지열발전소는 가동을 멈춘 채 출입문은 굳게 잠겼다

20일 포항 지진과 포항지열발전소가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지열발전소는 이제 가동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영일만대로 바로 옆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입구에는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 개발 과제의 실증시험 현장이고 과제 전담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과제수행 중지명령에 따라 연구활동이 중단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발전소 내 한쪽에는 시추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쇠로 된 관이 녹이 슨 채 쌓여 있다. 각종 건설장비는 사용한 지 상당한 시일이 지난 듯 낡았다.

포항지열발전소는 건설 당시 입지 선정부터 문제가 있었다.

지열발전에 적합한 지역은 지질활동이 활발한 지진·화산대와 일치하거나 가까워 지진 가능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포항지진은 사전 지질조사로 활성단층을 확인해 적합한 부지를 선정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열발전은 수㎞ 지하에 물을 넣고 지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4∼5㎞ 정도로 땅을 파 지열정을 뚫고 이를 통해 지하에 고압으로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이 있어 지반이 약한 활성단층이 있으면 지진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지열이 높은 지진·화산대가 지열발전에 유리하지만 이런 지역은 단층 활동도 활발해 지진위험이 상존한다. 그만큼 사전 조사를 통해 지열발전에 적합한 위치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열발전소 주관 기관인 넥스지오는 지진 발생 직후에는 지열발전이 포항 지진의 원인일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과 관련해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넥스지오 측은 “2개 시추공은 지진과 관련이 예상되는 단층과 무관한 위치에 설치된 데다 시추공 설치로 지진이 발생한 예는 보고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산자부는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지열발전소 공사를 중단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대구지법 포항지원도 2018년 3월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가 포항지열발전소와 넥스지오를 상대로 낸 발전소 공사 및 운영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산업통상자원부 정밀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포항지열발전소에 설치한 제반 설비 가동을 중지한다”고 결정했다.

포항시는 가동 중단을 넘어 폐쇄와 원상복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주관 사업자인 넥스지오는 사업 중단 이후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회사는 홈페이지에 이달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라고 공지사항을 올려놓았다.


지열발전소는 지금까지 국비 185억원 등 총 391억원이 투입된 정부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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