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조나라 왕은 신하의 간언을 묵살했다. 진나라로 돌아간 중이는 진(秦)나라 목공의 도움으로 왕위에 올랐다. 즉위 3년 만에 군사를 일으켜 조나라를 쳤다. 조나라는 강국 진(秦)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소국’이었다. 그래서 국가 안보가 달걀을 쌓아 놓은 것 같은 위태로운 ‘누란지세(累卵之勢)’에 처해 있었다. 그런데도 조나라 왕이 대국의 공자에게 무례를 범한 것이 화를 자초해 멸망했다.
한비자는 군주가 저지르기 쉬운 열 가지 허물인 ‘십과(十過)’를 경고했다. ①참된 마음을 작게 쓰는 것 ②작은 잇속에 매이는 것 ③행동이 치우치고 제멋대로이며 제후들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 ④다스리는 일에 힘쓰지 않고 음악만 좋아 하는 것 ⑤탐욕스럽고 괴팍하며 이익만 밝히는 것 ⑥여인들의 춤과 노래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는 것 ⑦간언하는 선비를 홀대하는 것 ⑧허물을 짓고도 충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홀로 제 마음대로 하는 독단 ⑨안으로 자신의 역량을 헤아리지 않고 밖으로 다른 나라의 제후를 믿는 것 ⑩나라가 작은데도 다른 나라에 무례하고 간언하는 신하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 했다.
특히 아홉 번째와 열 번째의 잘못을 범하면 대를 이을 자손이 끊기는 형세가 된다고 했다. 조나라 왕은 아홉 번째와 열 번째의 과오를 범해 나라까지 잃어 대를 이을 자손마저 끊기는 형세가 되고 말았다. 4강의 틈바구니에 끼인 우리 처지도 대통령이 한비자의 ‘십과’ 중 아홉 번째와 열 번째의 경고를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핵 해법을 둘러싼 한·미 간의 불협화음과 4강 외교 실종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