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주전자 화재 사고 손배소, 원고 일부 승소 판결

전기 주전자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전원에 연결해둔 채 퇴근한 뒤 불이 났다면 책임을 물어야 할까. 법원은 전기를 사용하는 기구는 전원에 연결해 둔 것만으로는 불이 나지 않아야 할 정도의 안전성을 갖춰야 마땅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과실상계(누구의 과실이 더 큰지를 따져 비율로 책임을 지우는 것)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제17민사단독 김은구 부장판사는 A씨가 전기 주전자 수입·판매업체인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의료기기 판매업체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B사가 수입해 판매한 전기 주전자를 영업소에 두고 써왔는데, 2016년 10월 11일 새벽 4시 48분께 자신과 직원이 모두 퇴근한 사이 전기 주전자 내부 열선이 과열되면서 불이 났다. 이 불로 6500만 원이 넘는 재산 손실을 입었다.

A씨는 화재로 인한 재산 손실액 외에도 간판 재설치비 200만 원과 위자료 1000만 원을 합해 77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B사는 전기 주전자를 전원에 연결해 둔 채 퇴근한 사정을 손해배상액 산정에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B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간판값 200만 원과 위자료 1000만 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전기를 사용하는 기구는 전원에 연결해 둔 것만으로는 불이 나지 않아야 할 정도의 안전성을 갖춰야 마땅하다. 이러한 안전성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상 전기 주전자가 전원에 연결돼 있었더라도 과실상계를 할 만한 부주의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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