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시장 '대통령 연호' 축제장…서문시장 '편가르기 하나' 불만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서 과일을 사고 있다. 연합
서문시장에 이어 대구 두 번째 규모 장터로 꼽히는 칠성종합시장이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됐다. 지난 22일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데다 정부의 자영업·혁신 종합대책의 핵심 추진과제인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1호 시장으로 뽑혀서다.

지난 22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대구 칠성시장이 대형유통점과 경쟁이 가능한 지역대표 상권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며 힘을 한껏 실어줬다. 일부 상인들은 구호를 외치면서 문 대통령을 열렬히 환대했고, ‘역대 최고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든 청년과 문 대통령이 현장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4월 27일 칠성시장에서 유세를 했는데, 일부 시민들이 야유를 보내자 김부겸 의원이 유세 도중 대구시민들에게 정신 차리라며 호통을 치는 일이 빚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재청 칠성종합시장상인연합회 회장(대구시상인연합회 부회장)은 “면적으로 치면 서문시장보다 칠성시장이 더 우위인데, 항상 서문시장에 비해 외면받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의 방문은 칠성시장 상인들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어서 맨발로 맞이했고, 목청 높여 대통령을 연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경호원의 기관단총이 현장에 있었던 것도 모르겠고, 민주당원들을 동원해 환호했다는 일부 비아냥도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상인들은 야당이든 여당이든 상관없이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도 했다.

대한민국 3대 전통시장으로서 대구의 정치 1번지, 보수의 심장 등으로 불리는 서문시장 상인들은 문 대통령의 칠성시장 방문을 두고 온갖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상인단체 간부는 “현직 대통령이 대한민국 3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을 매번 패싱해 상당히 섭섭하다”면서 “서문시장과 칠성시장 편 가르기를 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다른 간부는 “대구의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행보라면 서문시장을 찾았어야 했다”며 “태극기 부대들이 달려들어 ‘박근혜 살려내라’고 시위할까 봐 서문시장을 찾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 하지 않는 지역도 달려가서 보듬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서문시장 대신 칠성시장을 찾았다. 김영오 대구시상인연합회장이 당시 지원유세를 위해 서문시장을 찾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2012년 대선 때도 서문시장을 찾지 않았다. 와야 정이 들 것 아니냐”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영오 회장은 “문 대통령의 칠성시장 방문 소식이 알려진 이후 서문시장 상인들의 섭섭한 민심이 극에 달했다”며 “2016년 11월 30일 4지구 화재 때 억지로 한 번 방문한 것 외에는 서문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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