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처럼 복잡한 시장길, 골목 골목 맛집 찾는 재미 솔솔

죽도시장 입구
포항의 대표 재래시장인 죽도시장은 전국구 규모를 자랑한다. 전체면적에 약 15만㎡에 점포 수도 무려 1000개가 넘는다. 바다와 인접한 포항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어시장으로 불릴 만큼 수산물의 비중이 높긴 하지만, 넓고 많은 점포 수 만큼이나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미로처럼 복잡한 죽도시장에서 특정한 상점을 찾기는 쉽지가 않다. 현지인들이 위치를 가르쳐줄 때 랜드마크로 사용되는 건물이 ‘개풍약국’이다. 보통 개풍약국을 시작으로 몇 블록 안으로 들어와서 좌측에서 몇 블록으로 오면 된다는 식으로 길 안내가 이루어진다. 또 이 지점이 버스가 세워지는 ‘죽도시장 정류장’과도 가깝다.
죽도시장 중앙로
넓고 거미줄같이 얽혀 있을 것 같은 죽도시장도 현대화 사업으로 깔끔하게 정비가 잘 되어 있다. 비슷한 상품을 취급하는 가게들끼리는 옹기종기 모여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이른바 각종 ‘골목’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있는 것이다. 포근한 이불과 침구들이 모여 있는 이불골목, 화려하고 단아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한복주단골목, 부침개와 반찬거리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을 모아둔 전골목(식품아케이드거리), 그리고 곰탕 골목, 보리밥식당 골목, 건어물 골목 등 다양한 골목이 모여 죽도시장을 이루고 있다.
이불 골목
죽도시장은 동빈운하와 인접해 있고, 그 접점에 어판장이 있다. 시장에서도 싱싱한 활어와 수산물들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죽도시장은 다양한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지만, 지역적 특성상 외지에서는 수산물이나 횟거리를 구매하기 위해서 방문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죽도시장 어판장
어판장 인근 골목은 횟집 및 대게집들이 집중되어 있다. 횟집은 무려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막 썰어 파는 막회집부터 고급 플레이팅을 제공하는 집까지 다양한 횟집이 성업 중에 있다.
최강달인의 물회
최강달인의 집의 가자미회
과메기가 포항의 겨울 먹거리를 담당하고 있다면, 여름에 포항을 먹여 살리는 먹거리는 바로 물회다. 옛날 뱃사람들이 끼니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횟거리와 각종 채소를 밥과 함께 비벼 먹고 물을 넣어 말아먹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물회는 단연 포항이 종주도시다.
건어물 골목
어판장 한 블록 안쪽에는 건어물 골목이 있다. 반찬거리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건어물들을 취급할 수 있는 곳인데, 특히 이곳은 겨울철이 되면 과메기를 구매할 수 있는 최적의 골목이기도 하다. 포항의 겨울철 특산물인 과메기는 죽도시장의 전역에서 판매를 하고 있지만 이곳 건어물 골목에 콘텐츠가 집중되어 있어서, 과메기를 구매하고자 하면 건어물 골목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칼제비 골목
해산물을 제외하고도 죽도시장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바로 ‘칼제비’가 아닐까 한다. 칼제비는 칼국수와 수제비를 반반 섞어서 파는 음식이다. 칼국수와 수제비도 각각 판매를 하고 있지만 그 둘을 합쳤을 때 식감은 더욱 즐거워진다.
죽도시장 칼제비
칼칼한 멸치다시 육수에 쫀득한 수제비의 식감을 더하고, 짭조름한 간장양념을 올려서 식탁 위에 올려진다. 그 위에 취향에 따라 다진 땡초를 한가득 토핑하면 감칠맛은 배가 된다.
장기식당의 곰탕
죽도시장에 또 다른 유명한 먹거리가 바로 곰탕이다. 대략 10개 가까운 곰탕집이 운영중이며, 오래된 곳은 6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몇 년 전 TV 프로그램인 ‘수요미식회’와 ‘백종원의 3대천왕’에 장기식당과 평남식당이 각각 소개되면서 죽도시장의 곰탕을 전국구 브랜드로 올려놓았다. 그 후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식사시간에 방문하면 줄을 서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대화식당의 고등어 구이
곰탕집 이외에도 죽도시장에서 줄을 서야 밥을 먹을 수 있는 집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대화식당이다. 죽도시장 내에 생선구이와 된장찌개를 함께 내어주는 보리밥 정식집이 열 군데가 넘게 있는데 그 중에서 원탑의 위치에 포지셔닝한 식당이다. 점심시간 주변 시간에 방문하면 어김없이 긴 줄을 마주하게 된다. 푸짐한 한 상을 받으면 나물반찬은 밥에 올려 고추장과 비벼주고, 된장과 고등어로 밥을 먹으면 된다. 고등어는 얼마나 잘 구웠는지 잔뼈는 그냥 씹어 먹어도 될 정도이다. 그리고 이 집은 정식보다 사이드로 판매하는 ‘마약김밥’이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순영네밥집의 가자미 구이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순영네밥집도 대화식당과 더불어 죽도시장 보리밥정식의 쌍두마차를 끌고 있다. 전체적인 차림 구성은 비슷한데 이곳은 고등어구이 대신에 가자미구이를 내어 준다. 콘텐츠를 약간 차별화하여 대화식당과 사이좋은 경쟁을 하고 있다. 다양한 선택지는 소비자에겐 즐거운 일이다.
국수방의 잔치국수
일반 잔치국수를 파는 곳도 많이 있는데 죽도시장의 입구인 개풍약국 근처 골목에 있는 ‘국수방’이 꽤나 좋다. 무엇보다 멸치다시 육수가 아주 진하고 신선하며 감동적인 곳이다. 거짓말을 좀 보태면 한 모금 국물을 들이키자 입안에서 멸치가 뛰어노는 장면이 연상된다고 할 정도이다.
셀프시장식당의 뷔페비빔밥
한식뷔페집도 핫 한 곳이 하나 있다. 셀프시장식당은 2년 전 시장뷔페란 이름으로 오픈을 하였다. 알음알음 알려지다가 TV 프로그램에 두 번 소개가 되면서 본격적인 유명세를 탔다. 음식들이 하나같이 맛있고, 게장이 무한으로 제공되어 아주 인기가 많다. 뷔페처럼 접시에 각 음식들을 덜어 먹어도 좋지만 대접 그릇에 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면 ‘꿀맛’이다.
할매호떡의 호떡
식사를 했다면 이제 입가심을 위해 발걸음을 옮겨보자. 전통시장 간식의 최고봉은 아무래도 호떡이 차지할 것이다. 전국의 어느 시장을 가도 호떡집에는 긴 줄이 서 있다. 죽도시장에도 여러 군데의 호떡집이 성업 중이며, 700원에서 2500원까지 다양한 호떡들이 손님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영도너츠의 꽈배기
시장표 꽈배기와 도너츠도 전통시장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가판대에 진열된 도너츠를 보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인다. 밀가루를 기름에 튀겨 설탕을 발랐는데 맛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보통 2개 또는 3개 1000원의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영도너츠’는 1000원에 5개를 담아준다.
죽도명가의 식빵고로케와 사라다빵
죽도명가의 사라다빵도 SNS에서 핫한 곳이다. 다양한 제빵 기술의 발달로 수많은 레시피의 빵들이 생산되는데, 이곳은 그 시간을 역행한다. 어릴 때 먹던 사라다빵과 식빵고로케를 만날 수 있는데, 그 시절 감성 풍부한 비주얼과 맛으로 사람들의 추억을 공략한다. 아쉬운 건 장사를 하는 날보다 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아서 타이밍을 맞추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죽도닭강정의 닭강정
식품아케이드 골목 입구에 먹음직한 닭강정을 파는 곳도 있다. 주말이면 살짝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집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으니 회전율도 좋고, 식지 않은 따끈따끈한 닭강정을 맛볼 수가 있어서 좋다.
햄벅퀸
죽도시장에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푸드트럭으로 이름을 날리던 햄벅퀸이 작년에 죽도시장에 입점을 하였다. 수제햄버거를 만들어 파는 젊은 사장님의 열정이 죽도시장에 활기를 수혈하고, 먹거리 콘텐츠를 다변화시켰다.
스타일 좋은 카페 죽도소년
죽도시장에 젊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또 하나의 공신이 있는데, 바로 한복 주단 골목 한가운데 위치한 죽도소년 카페다. 스타일 좋은 외관과 인테리어, 사장의 센스 있는 운영이 돋보여 이미 팬덤을 형성하고 있고, 각종 SNS를 통해 죽도시장에 가면 반드시 들러보아야 할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죽도소년은 과감하게 에스프레소 메뉴들을 포기하고 핸드드립만을 취급하고 있으며 시그니처 음료는 밀크티이다.

시간이 지나며 사회의 구성원이 바뀌고, 소비문화와 인프라도 교체되고 있다. 전통시장이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도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대형마트 탓만 할 수는 없다. 전통시장은 전통시장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거기에 집중하고 콘텐츠를 설계한다면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재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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