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을 감추고 벼슬을 훔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나? 몸과 마음이 병들어 있는 자들이 일은 하지 않으면서 봉급이나 챙겨가면 옳다고 할 수 있는가? 헛된 이름으로 세상을 속이면 옳다고 할 수 있는가? 비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숨겨가면서 굴욕을 무릅쓰고 조정에 나아가는 것을 방관해도 옳다고 할 수 있는가? 직책을 감당할 수 없으면서 물러나지 않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는가?” 조선 중종과 명종, 선조 대까지 세 왕으로부터 부름을 받아 벼슬을 하고 여섯 번 벼슬을 사양했던 퇴계 이황이 69세, 마지막 관직을 사양하면서 선조에게 올린 사직 상소에서의 다섯 가지 자문(自問)이다. 이 자문은 조선 시대 옳은 선비들이 벼슬에 들 때와 물러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출처론(出處論)이다.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의 7부 장관 후보자들이 내정돼 국회 청문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7개 부의 장관 후보자들이 연일 국회 청문회장에서 여야 의원들의 심문(審問)에 ‘반성한다’ ‘송구하다’, ‘사과드린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과거 이념 편향적이고 거칠었던 발언에 대해 둘러대기 바빴다. 김 후보자는 과거 ‘박왕자 씨 피격은 통과 의례’라거나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결론에 대해 북한을 편드는듯한 비판적 발언을 했던 인물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2주택 1분양권인 다주택을 소유해 최대 25억 차익을 봤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실거주 목적이었지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부동산 정책의 주무 장관후보자로는 부적격이다.

7개 부 장관 후보자들이 지금의 잣대가 아닌 왕조 시대 퇴계가 제시한 다섯 가지 물음에 견줘 봐도 대부분 장관직을 사양해야 할 부적격자들이다. 퇴계가 지적한 것처럼 헛된 이름으로 세상을 속이고, 스스로 굴욕을 무릅쓰고 장관이 되겠다고 한다. 누가 봐도 장관 자리를 사양, 청문회장에 나와서는 안 될 인물들이 족보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 이런 저런 말로 자리를 탐내고 있다. 장관 후보자들은 퇴계의 출처론을 읽어보고 스스로 물러나는 미덕도 보여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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