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248쪽…포항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 담아

▲ 호미곶 가는 길
“바람과 새가 노니는 집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텃밭에 자리 잡은 흙과 풀과 나무를 다시 보게 되었다. 시간은 그냥 흘러가 버리지 않고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작가의 말 중에서)

태어나 평생을 포항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 동화작가 김일광이 이번에는 산문집 ‘호미곶 가는 길(단비·248쪽·1만3000원)’로 포항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작가의 가슴안에 자리 잡고 있는 포항의 아름다운 풍경과 정이 흐르는 사람들을 67편의 산문에서 새롭게 만날 수 있다. 40여 년 교직 생활을 한 작가가 그동안 만난 제자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사는 것이 바빠 주변에 눈을 돌리지 못하는 시간을 건너온 작가는 작은 것, 낮은 것을 바라볼 줄 아는 나이가 돼서야 그것의 소중함을 제대로 음미하며 살게 됐다고 한다.

작가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 없었던 포항의 풍경과 사람들의 정을 환기 시킨다. 작가는 삶의 작은 풍경 속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순간들을 길어내고 있다. 인연이라는 것이 새삼 소중하다는 것을 알겠다고 작가는 독자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포항도 근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도시화가 이뤄진 도시다. 하지만 작가의 가슴 안에는 어릴 적 보고 자랐던 자연이 숨 쉬고 있다. 농촌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생명의 존재들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나이가 들어 집 둘레에 텃밭을 가꾸면서, 흙과 풀과 나무를 다시 보게 됐다는 것이다.

▲ 김일광 작가
작가는 40년 가까이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동화를 써 왔다. 퇴임한 작가는 호미곶 마련한 개인 문학관에서 글을 쓰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30여 권의 동화집을 펴냈다. 작품에는 지역의 역사와 생명의 보편적 가치를 형상화하려는 노력이 알차게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 고난받은 생명에 대한 관심으로 ‘귀신고래’, ‘조선의 마지막 군마’, ‘석곡 이규준’ 등의 작품을 펴냈고, 독도 문제를 다룬 ‘강치야 독도 강치야’, ‘바위에 새긴 이름 삼봉이’, ‘독도 가는 길’ 등의 주요 작품이 있다. ‘강치야 독도 강치야’는 영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또 ‘외로운 지미’, ‘엄마라서 행복해’ 같은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도 펴내 다문화 이해 자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작가는 “호미곶을 오가며 텃밭에서, 해안 산책길에서 만난 생명과 나눈 이야기를 묶어 보았다. 아울러 40년 가까이 변두리 학교를 떠돌며 만났던 이웃의 이야기도 골라서 실었다”며 “늘 그리운 인연들과 앞으로 만날 새로운 인연들에게 이 글을 전하고 싶다”고 산문집을 낸 소감을 밝혔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