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오경두 토목환경학과 교수 경고
"부서지기 쉬운 지층 특성상 연쇄지진 가능성도"

포항 CCS 실증시설 주변 단층의 평면도(좌측)와 단면도(우측)로 우측 그림에서 빨간색 수직선은 시추공이고 하얀색 선은 단층을 나타내며 노란색 지층은 이산화탄소 저장층이다.출처:김선경 등의 2018년 대한지질공학회 논문.

포항지진 발생 이후 지열발전소와 함께 영일만에 추진 중인 CO2저장시설도 폐쇄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CO2저장시설이 지진촉발은 물론 환경재앙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육군사관학교 오경두 교수(토목환경학과)는 31일 본보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료를 보내 포항 CO2저장시설을 계속 추진할 경우 포항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오 교수의 경고는 CO2저장공간으로 인한 지진 촉발 및 CO2유출(폭발)로 인한 환경재앙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진다.

먼저 지진 촉발 우려 부분은 현재 정부 추진계획대로 액화 CO22만t을 포항 해저 퇴적암층에 주입할 경우 단층에서의 공극압력이 3 메가파스칼 높아지며, 이는 포항지진을 일으킨 단층의 공극 압력상승치 0.21 메가파스칼의 14배가 넘는 다는 것이다.

특히 포항 CCS 실증시설(CO2저장시설) 부근 ‘미고결 퇴적암층’의 경우 쉽게 부서 지는 구조여서 하나의 단층이 미끄러지면서 촉발지진을 일으키면 그 충격으로 인근의 나머지 단층들의 연쇄반응으로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점선 원 안에 보이는 것이 포항시 남구 송정동 379번지에 위치한 포항 중소규모 해상 CCS 실증시설이다.
또 주입압력을 안전한 수준으로 낮춰 지진을 촉발하지 않더라도 주입된 CO2와 바닷물이 반응해 고농도의 탄산을 만들 경우 ‘지화학 풍화작용’으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사암층이 변질되면서 지진 완충지대 기능이 사라져 포항이 ‘지진 도시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이에 앞서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 가능성을 제기하는 과정에서도 포항지역은 지하 사암층이 육지지역 응력감쇄 기능을 하고 있어 자연지진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해 왔었다.

그는 “포항 CCS 실증시설 시추공으로부터 반경 1㎞ 이내에 6개의 단층이 존재하며, 가장 가까운 것은 불과 450m 떨어져 있어 더욱 위험하다”고 전제한 뒤 “또한 CO2반응에 의한 탄산이 사암층을 변질시킬 경우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포항은 그야말로 ‘지진도시화’돼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 될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지진 발생 가능성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CO2저장시설이 지진 등 외부 충격에 의한 폭발성 유출 시 재앙이 더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 교수에 따르면 해저 CCS 시설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점이 저장된 이산화탄소 누출이며, 덮개암의 두께와 성질이 누출 방지에 매우 중요해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IPCC) 보고서에는 두께 1㎞ 이상의 덮개암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항CCS 실증시설은 덮개암 두께가 600m에 불과하며 그나마 단층으로 지하 400m 부근까지 깨어져 있는 데다‘지화학 풍화작용’으로 빠르게 녹아내리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누출에 매우 취약한 상태라는 주장이다.

그는 CO2대량 누출의 결과는 지난 1986년 8월 21일 아프리카 카메룬 나이오스 호수에 발생한 CO2누출사고를 예로 들었다.

나이오스 호수는 지하에서 올라오는 CO2가 호수바닥에 고농도로 쌓여 있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분출되면서 호수 주변 24㎞ 이내에 살던 주민 1754명이 질식사하는 등 죽음의 호수로 변했다는 것.

카메룬 정부는 이 사고 이후 호수 바닥에 파이프를 묻어 자연적으로 배출, 또 다른 사고를 예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교수는 “땅속에 CO2를 대량 저장하는 CCS 기술은 폐유전이 많은 외국에서는 상당히 촉망받는 기술이지만 동시에 지진 촉발·이산화탄소 누출·지하수 오염·환경생태계에 대한 위해 등으로 우려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라며 “우리나라는 땅속 사정이 워낙 복잡해서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무리 환경 친화적인 기술이라 해도 ‘공짜’는 없는 만큼 기술을 통해서 얻게 되는 혜택과 손실을 면밀하게 따져보지 않을 경우 예상치 못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Carbon dioxide Capture and Storage)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 등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액화시켜 땅속에 반영구적으로 격리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국제에너지기구가 205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 감축량의 19%를 CCS가 감당할 것으로 전망할 만큼 매우 중요한 온실가스감축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정부도 대규모 CCS 사업 추진에 필요한 이산화탄소 저장 핵심기술을 자립화하고 포집부터 수송 및 저장을 연계한 통합실증을 목표로 지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포항시 남구 송정동 포스코 제방 앞바다에 포항 해상 중소규모 CCS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연간 1만t씩 총 2만t의 CO2를 포항 해저 심부에 주입 저장하는 것이며, 지난 2017년 보령 화력발전소에서 포집한 CO2약 100t을 시험 주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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