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을 소지하거나 제시하지 않고 자신의 집에 들어온 경찰관을 때린 경우 공무집행방해죄 처벌을 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건은 2017년 12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전 7시 35분께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주민은 A씨 집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고 있다”는 내용의 112 신고를 했고, 7시 38분께 경찰관 B씨와 C씨가 출동했다. 현장 도착 당시 싸우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고, A씨 집 초인종을 수차례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다.

경찰관은 다시 신고자에게 전화해 내용을 확인했고,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답을 얻었다.

그 와중에 한 경찰관이 A씨의 허락 없이 열려있던 현관을 통해 주거지로 들어갔고, 다른 경찰관도 따라 들어갔다.

경찰관들은 A씨에게 범죄 여부를 추궁하는 취지의 말을 했고, A씨는 “너희가 뭐냐”고 소리 지르면서 유리병 1개를 경찰관을 향해 던진 뒤 주먹으로 뺨과 턱 부위를 때렸다. A씨는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피고인에 대한 영장을 소지하거나 제시하지도 않았고, 피고인을 현행범인이나 준현행범인으로 볼만한 사정도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 허락 없이 집에 들어간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이를 전제로 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당시 상황으로 봤을 때 A씨 집은 범행 직후 범죄 장소에 해당하거나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위해가 있을 수 있는 곳이어서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출입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경찰이 피고인 집에 출입한 것은 적법하다고 봐야 한다”며 항소했다.

대구지법 제1형사항소부(최종한 부장판사)는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신고 전화 내용이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현장 상황과 차이가 있어 A씨 집이 범죄 장소였거나 인명 등에 위해가 있는 곳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데 임의로 피고인의 주거지에 출입한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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