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연대 4~5세기로 추정…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제품
실물 방패 2점 등도 함께 발견,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성과 발표

경주월성 해자에서 출토된 의례용 배 모양의 목제품(미니어처).
신라 왕궁인 월성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둘러서 판 물도랑인 해자에서 국내에서 확인된 가장 오래된 의례용 배 모양의 목제품(미니어처)이 발굴됐다. 관련기사 15면

또한 4~5세기에 제작된 가장 온전한 형태의 실물 방패 2점과 소규모 부대 지휘관 또는 군을 다스리는 지방관인 당주와 곡물이 언급된 문서 목간 1점, 식물 씨앗, 동물뼈, 생활용 목기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일 월성 현장에서 설명회를 갖고, 지난해 추진한 경주 월성(사적 제16호) 정밀발굴조사 중 해자 발굴성과를 발표했다.

월성해자는 삼국통일 이전의 수혈해자(4~7세기)에서 통일 이후 석축해자(8세기 전후)로 변화 됐는데, 이번에 수혈해자 호안 목제 구조물 조사 중에 배 모양의 물제품이 출토됐다.

통나무배보다 발전된 형태로 실제 배와 같이 선수(뱃머리)와 선미(배꼬리)가 분명하게 표현된 ‘준구조선’으로 크기는 약40cm이다.

특히 배의 형태를 정교하게 모방하고 공을 들여 만들었는데, 안팎에서 불에 그슬리거나 탄 흔적 등을 통해 이번에 출토된 유물도 의례용으로 추정된다.

배는 약 5년생의 잣나무류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며, 제작 연대는 4세기에서 5세기 초(350~367년 또는 380~424년)로 산출된다.

이와 함께 수혈해자 최하층에서는 방패 2개체가 출토됐다.

방패는 손잡이가 있는 것과 없는 것 2가지 형태로 발견됐으며, 가장 온전한 실물 자료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표면에는 날카로운 도구로 기하학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붉은색·검은색으로 채색했다.

또한 일정한 간격의 구멍은 실과 같은 재료로 단단히 엮었던 흔적으로 보이며 실제 방어용 무기로 사용했거나, 수변 의례 시 의장용으로 세워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월성 해자에서는 고대에 종이 대신 나무껍질을 이용해서 문서를 기록하기 위해 사용됐던 목간을 비롯해 빗이나 자, 손잡이 등 나무로 만든 다양한 생활 유물도 발견됐다.

또한 수천 점 이상의 동물 뼈가 발견됐는데, 현재까지 확인된 동물은 소, 말, 개, 멧돼지 뿐 아니라 곰 사슴류, 그리고 바다에사는 강치, 상어와 같은 것들도 발견됐다.

해자 내부에서 확인된 6개월 전후의 어린 멧돼지뼈 26개체는 신라인들이 어린개체를 식용 혹은 의례용으로 선호했던 것을 시사해준다.

삼국 시대 신라 왕경에서 최초로 확인됐던 곰뼈는 현재까지 15점(최소 3개체)이 나왔는데, 앞발과 발꿈치 등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활용한 것이 특징적이다.

해자 내부 흙을 1㎜이하의 고운 체질로 걸러 총 63종의 신라의 씨앗과 열매도 확보했는데, 이는 국내 발굴조사 상 가장 많은 수량으로, 향후 월성의 자연 경관을 복원하는데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한편 올해로 5년차인 경주 월성 발굴조사(22만 2천㎡)는 현재 성벽(A지구)과 건물지(C지구), 해자를 조사 중이다.

이제까지 월성 C지구에서는 건물지를 비롯한 내부 공간 활용 방식과 삼국~통일신라 시대에 걸친 층위별 유구 조성 양상이 확인됐다.
경주 월성해자 출토 방패
복골(卜骨) 흔적이 있는 소 어깨뼈
방패 문양 밑그림 세부
월성 해자에서 발견된 배 모양의 목제품 구조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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