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로 예정돼 있는 정부의 원자력해체연구소(이하 원해연) 부지 선정을 앞두고 이런저런 잡음이 들리고 있다. 지난달 일부 언론을 통해 원해연이 부산과 울산 경계지점에 건립될 것이라는 내정설이 흘러나온 데 이어 10일 일부 언론은 원해연 ‘본원’이 부산-울산에 가고, 경주에는 ‘분원’을 두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기사가 났다. 이런 설들이 사전에 흘러나오는 것은 원해연 부지 선정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내용을 흘리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같은 결정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경주는 물론 경북·대구(TK)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부산-울산에 본원을 두고 경주에 껍데기 분원을 둔다는 것은 명백한 TK 홀대다. 경주에서 서류를 들고 부산-울산으로 가서 결재를 받는 분원 설치는 경주와 경북 지역민의 반발을 의식한 형식적인 나눠주기에 불과하다.

경북에는 국내 가동 원전 24기 중 절반인 12기가 위치해 있다. 원전이 많은 곳에 원해연이 설립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경주는 국내 유일의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이 있어 원전해체 시 발생하는 폐기물 처분이 쉬울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국내 원전의 중심지로 원전 간 접근성이 가장 우수한 것도 큰 장점이다.

경북은 원전해체 산업의 일관(一貫) 체계를 이룰 수 있다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가동 중인 중수로·경수로 원전 12기를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한국전력기술, 원자력환경공단 등 원자력 관련 핵심 기관들이 경북에 자리하고 있어서 원전 설계와 건설, 운영, 해체와 폐기의 전 사이클을 일관 체계로 처리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원전 해체 산업이 최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여기에다 우수 대학과 연구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이 수준의 공과대학인 포스텍이 첨단원자력공학부와 대학원을 두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기계제어나 전기·전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동대를 비롯, 경북대, 영남대 등 대학이 자리하고 있다. 경주와 가까운 포항에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있는 가속기연구소, 원자력환경연구소, 한국지능로봇연구원, 막스프랑크 한국 연구소 등 쟁쟁한 연구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보다 더 탄탄한 연구기반이 탄탄한 곳도 없다.

이런데도 분원을 둔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 되고 있는 TK 홀대의 연장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는 15일 원해연 입지 결정을 위해 해당 지자체와 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사전에 알려진 대로 결정이 날 경우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칠 것이다. 이는 원해연 유치를 위해 시민 22만5000명의 서명부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는 등 원해연 유치에 사활을 걸어온 지역민들의 절박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경주는 월성 1호기 가동중단 등으로 경제적·사회적 피해에 대한 우려와 위기감이 지역사회를 휘감고 있다. 또한 분원을 둔다는 것은 방폐장 유치 등 국가 에너지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어려움을 견디어 온 지역민들에 대한 정부의 배신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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