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디에이터'는 거장감독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은 미국영화다. 이 영화는 로마시대 '5현제(五賢帝)'의 마지막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통치시대를 다루고 있다. 철인황제로 불렸던 아우렐리우스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후계자에 대해 고민했다. 아우렐리우스는 외아들 코모두스를 신뢰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황제자리를 양위하는 것을 포기하고 로마를 공화정으로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공화정의 첫 지도자로 심복 막시무스를 지목했다. 영화 속의 막시무스는 게르마니아 정벌을 위해 12년에 이르는 긴 전쟁을 지휘한 로마의 용장이었다.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막시무스에게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물었다. 

“내가 장군의 공을 무엇으로 치하해 줄까” “집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막시무스는 로마 군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개선장군이었지만 그의 진솔한 소망은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사는 것이었다. 아우렐리우스는 막시무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짐이 죽고 나면 로마를 자네가 지켜주게. 자네에게 그런 대권을 주겠네. 자네가 주도해 권력을 로마시민에게 돌려주게. 그리고 로마를 부패에서 지켜주게. 이 큰 명예를 거절하지 않겠지” 아우렐리우스는 권력을 내려놓고 로마를 공화정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막시무스에게 밝힌 것이다. “폐하 저는 전쟁이 끝나면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 입니다” 아우렐리우스는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는 막시무스에게 다가가 나직이 말했다. 

“막시무스 그래서 자네가 적임자라는 거야” ‘돈과 권력은 쫓아갈수록 멀리 달아나고 멀리할수록 쫓아 따라온다’는 속언이 있다. 막시무스는 권력을 멀리했기 때문에 오히려 권력이 그에게 달려왔던 것이다. 대선을 앞둔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 칩거와 출사를 거듭하면서 ‘동가식서가숙’식으로 당을 옮겨온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대권을 쫓는 정치인으로 비춰졌다. 

4·3 보궐선거 참패로 대표직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손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무너지고 있다. 정계은퇴 초심을 잃지 않고 재야의 거물 자리를 지켰으면 권력이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권력유람’의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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