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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문을 연 지 40년이 넘은 보문관광단지가 신음하고 있다.

국제적인 종합관광휴양단지로 자리매김하며 한국관광산업을 이끌어 온 보문단지였지만, 흐르는 세월 앞에는 버틸 재간이 없었나 보다.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는 보문호의 운치는 여전한데, 단지 내 일부 시설들은 흉물처럼 변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1975년 국내 관광단지 1호로 지정받은 보문단지는 그동안 최고의 종합휴양지로 명성을 이어왔다. 아름다운 보문호수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시설들은 고대와 현대가 잘 어우러지도록 조성돼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단지 내에는 각급 호텔, 콘도미니엄을 비롯한 다양한 숙박시설에 4000여 개의 객실과 각종 편의시설이 있다. 이로 인해 연간 8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유명 관광지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보문관광단지엔 40여 년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서 배어나고 있다.

단지 입구부터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각종 시설물이 눈에 띈다. 대형 가림막으로 둘러싸인 공사현장과 유리창이 파손된 채 각종 쓰레기와 잡초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호텔과 콘도도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 이 호텔에는 벌써 폐기처분 돼야 할 정도로 색이 바래고 낡은 오리배 2척이 마당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어, 단지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인근의 또 다른 시설은 더욱 가관이다.

수년째 문을 닫은 이곳은 넘어진 펜스가 그대로 방치돼 있는 데다, 곳곳에 붉은 낙서의 컨테이너와 색 바랜 현수막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이곳이 관광 일 번지인지 의심케 하고 있다.

보문단지 개장 초기부터 운영되면서 단지의 얼굴 역할을 톡톡히 한 13개 동의 중심상가도 수년째 문이 닫힌 채 방치되고 있다. 보문단지의 상징적 건축물인 중심상가의 방치는 보문단지가 처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처럼 곳곳에서 병 들고 있는 보문단지를 하루빨리 치유해야 돼지만, 어디에서도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까움만 커지고 있다.

물론 보문단지의 시설 대부분은 개인이 운영한다.

그러나 단지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전반적인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때마침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세계로 열린 경북관광’을 부르짖으며 최근 출범과 함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늙고 병든 보문관광단지에 대한 리모델링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출범식에서 ‘문화관광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새로운 비전으로 설정했다. 아울러 각종 관광박람회와 팸투어단 유치 등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전 직원이 부지런히 세계 각지를 쫓아다니고도 있다.

그러나 안방인 보문단지 활성화에 대한 방안이나 변화를 위한 개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세계로 열린 경북관광’이란 슬로건에 대한 의문도 커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아무리 좋은 비전이라도, 아무리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 유치활동을 펼쳐도, 집안이 제대로 가꿔져 있지 않으면 관광 활성화는 요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대한 손님이 기분 상하지 않도록 집안을 잘 가꾸고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깨끗한 환경조성과 함께 최근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관광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내국인 2000만명, 외국인 200만 명 유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늙고 병든 보문관광단지의 치유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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