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5시 포항 꿈틀갤러리서 출판기념회

▲ ‘지을리 이발소’ 시집.

‘시오리 바닷길, 학교 가는 길에 아버지와 마주치곤 했던 나는 이제 카피라이터가 되어 아버지의 바다를 걸어가고 있네’(‘아버지의 바다’ 부분)

김동헌 시인이 시정신과 종교관, 삶의 철학이 한 탕관에 담겨 오래 달여진 진국, 아니 더 졸이고 졸여 빚은 환(丸)이 된 첫 시집 ‘지을리 이발소’(도서출판 아르코)를 출간했다.

포항 봉화산(烽火山)의 동남 기슭 해안의 어촌, 지을(知乙)과 대벌이를 합하여 죽천(竹川)이라고 한다. 이곳 지을리는 숲과 물이 좋아 새들이 알고 많이 서식하였기에 불린 이름이라고 한다.

대벌리는 갈대가 많은 여남천의 하구에 형성된 어촌이다. 대나무가 많은 벌에 있다고 ‘대벌리’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동헌 시인의 첫 시집이 바로 ‘지을리 이발소’다.

모두 68편으로 구성된 시집은 주로 죽천에서 살면서 오래도록 기록한 시편들로 이뤄져 있다.

‘대벌리 기지국’에서는 사남매 키우신 기지국 같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죽천횟집’에서는 “지을리에 있다는 사실,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라고 반문해 보기도 한다.

‘살구나무2’에서는 “대숲 울타리 살살 감싸주고 몸 비비며 살아온 사형제”의 가족사가 담겨 있다. 추억과 유년의 모습들이 시어들 사이로 새록새록 새롭게 되살아난다.

표제는 시 ‘지을리 이발소’에서 따왔는데, 벌초와 이발소 그리고 아버지가 바리깡으로 시인의 머리를 밀어준 눈물의 풍경들이 행간 가득 교차하고 있다. 이처럼 지나간 추억의 시간을 노래한 ‘지을리 이발소’ 시집에는 국화차보다 더 진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해설을 쓴 최라라 시인은 해설에서 김동헌 시인의 시의 집은 지을리에 있다. 그는 작은 마당에 ‘파란만장했던 생’을 부려놓고 지붕 낮은 방안에 앉아 ‘파도가 허연 목덜미를’ 치며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고 있으리라. 그곳엔 늙지 않는 ‘단발머리 누나’와 ‘수국을 키우는’ 아버지가 살고 ‘까까머리’의 나는 동전을 들고 ‘눈깔사탕’을 사 먹으며 어린 바다의 ‘잠결 같은 평화’를 보고 있으리라”고 말한다.

한편 출판기념 전시회는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며, 출판기념회는 27일 오후 5시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갤러리에서 열린다.
 

▲ 김동헌 시인

△김동헌 시인은 1967년 영일만에서 태어났고 동국대 무역과와 대한신학교 신학원을 졸업했다. 2003년 ‘포항문학’ 신인상, 2008년 ‘문장’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현재 포항문인협회 사무국장, 진심문학회 회장, 시동인 ‘푸른시’ 동인, 삼우애드컴 대표,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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