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보험금 수령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보험금 수령 조건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보험사 직원이 보험금을 덜 받는 것을 전제로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해도 이를 기망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모씨는 2000년 10월 D보험사와 자신을 주피보험자로 아내 진모씨를 종피보험자로 교통재해를 원인으로 장해상태가 된 경우 활동보상자금을, 사망시 사망보험금을 지급받는 부부형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2003년 10월 정씨가 교통사고가 나 2004년 4월 제1급 장애인 후유장애진단으로 활동보상자금의 일시금을 청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보험사는 심사 과정에서 정씨가 당뇨병 진단을 받은 적이 있고 계약 당시 교통사고로 입원중이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을 알고 내부에서 보험계약 취소 의견이 나오자, 보험사 직원 김씨는 진씨에게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더 이상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해 주면 장해보험금이라도 지급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제안했다.

진씨는 그 말에 따라 확약서를 써주고 2억2천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로부터 2개월 뒤 남편 정씨는 숨졌다.

정씨 자녀들은 보험계약이 해지돼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보험사 직원의 기망 행위를 이유로 보험금 청구 포기 약정은 무효라고 주장했고, D사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고지의무 위반 기간인 2년이 지나 D사가 계약해지ㆍ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고 진씨는 활동보상금과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데도 고지의무 위반으로 활동보상자금마저 못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진씨가 확약서를 작성해 준 것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D사 직원이 기망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뚜렷한 사기 의사에 의해 계약이 성립됐음을 회사가 증명하는 경우' 5년 이내 계약을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증명 여부에 따라 보험계약이 취소될 수 있고, 정씨 상태는 약관상 `장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장해보험금 지급이 반드시 보장되는 상황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보험금 수령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담당 직원이 진씨에게 확약서를 받도록 했다 하더라도 기망행위로 평가할 수 없고, 계약 해지로 인해 진씨가 불이익을 받았다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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