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희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포항 선린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호스피스 완화 무용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안영희 씨.

"내 춤이 호스피스 환자들의 부서진 마음을 회복하는데 쓰일 수 있어 행복합니다."

포항 선린병원 호스피스센터에서 5년째 호스피스 완화 무용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안영희(56)씨.

7살 때 발레를 시작, 국립발레단의 창단 멤버이자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던 '최정상급 발레리나'가 병실이라는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서 매일 두 시간씩 땀 흘려 춤추는 모습이라니 의아할 법도 하다. 그러나 그의 진심어린 손길에 눈물 흘리는 환자들을 보고 나면 이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죠. 어둠 속에서 빛나는 전등 하나가 굉장히 고맙게 느껴지잖아요. 내가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큰 보람이죠."

33개 병상이 운영되고 있는 선린병원 호스피스센터는 말기 암이나 다른 병으로 인해 삶의 끝자락에 선 사람들이 입원해 있는 곳이다. 어쩔 수 없이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그들에게는 고통을 함께 나누고 덜어주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의 존재가 더욱 중요하다고. 이곳에는 13기에 걸쳐 230여 명의 전문 자원봉사자가 배출됐으며 현재 130여 명이 간병과 미용, 목욕봉사, 미술치료, 웃음치료, 원예치료 등을 실시하고 있다.

여러 자원봉사자 가운데 그가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발레리나로서의 화려한 이력 때문이 아니다. 어떤 일보다 환자들과의 약속을 우선시하면서 5년 동안 꾸준히 그들을 도왔기 때문. 목사인 남편의 추천으로 녹음테이프 하나만 갖고 시작한 일이 어느새 새로운 분야의 개척자가 됐다.

벌써 2천500여 명의 환자들을 맞이한 그가 행하는 '호스피스 완화 무용치료'의 효과는 놀라운 정도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신, 부정적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정서적 안정에 특히 도움을 준다. 또한 환자들과 함께 지쳐가는 보호자와 간병인들에게도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처음엔 '죄송하지만 저한테 2분만 주시겠어요?'라고 말하고 시작해요. 긴 말이 필요 없죠. 발레의 아름다움이 담긴 몸의 언어로 내면을 일깨워주는 거거든요."

그의 춤을 보고 난 사람들은 경외감에 말을 잃고 한동안 그저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급작스럽게 다가온 병을 수용하지 못하고 폭언을 일삼던 환자도 그의 움직임에 행복한 인생의 끝을 맞이한다. 이것이 그가 '천사'로 불리는 이유다.

"예술가에게는 은퇴가 없다"는 말처럼 지금도 환자들을 위해 사용할 몸이기에 더 열심히 관리하고 연습한다는 안씨. 그의 바람처럼 무용을 전공하는 후배들이 호스피스 완화 분야에 많이 진출하기를, 또 이 분야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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