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대 조명희 교수

경일대 조명희 교수

평범한 주부로 있다 뒤늦게 대학원에 다니고 이후 죽을 고생을 하며 연구원으로 지내다 대학교수, 벤처기업 대표, 정부의 각종 위원회 위원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경일대 조명희(55) 교수. 그의 다양한 경험과 추진력 있는 삶은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기회는 어떻게 오고, 꿈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1955년 대구에서 태어나 73년 경북대 지리학과에 입학했다.

-왜 지리학과를 선택하셨습니까?

"좋아서지요. 음악을 좋아해서-중고교 때 바이올린을 해서 음악에도 아주 흥미가 있었지요-음대도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당시 경북대 의대 교수)께서 음악은 취미로 하라고 하시는 데다 그 때 경북대에는 음대가 없었어요. 문학을 좋아해서 국문과도 가고 싶었지만 조금 '독특한' 학문인 지리를 공부하고 싶어 지리학과로 진학했지요"

그리고 대학 졸업 후 1년간의 교사 생활을 하다 중매로 결혼을 했다. 하지만 더 공부를 하고 싶어 결혼 4년만인 28세 때 경북대 대학원에 등록했다. 이때부터 그의 '독특한' 인생이 시작됐다.

-대학원에서는 무엇을 전공하셨습니까?

"제가 모험심이 있나 봐요. 남이 하지 않은 것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원격탐사 전공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1990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지요"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에서 2명을 뽑는 UN지역개발센터의 연구원으로 선발돼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UN의 '라오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때 정말로 죽을 고생을 했다.

"아편 재배지가 위성에서는 어떻게 나오는 지 확인하기 위해 라오스의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으로 갔습니다. 이곳은 게릴라들이 아편을 재배하는 곳이었어요. 곳곳에 사람의 시체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 아편 거래를 조사하던 일본 공사가 게릴라의 죽창에 찔려 죽기도 했지요. 4명이 한 조를 이뤄 8명이 갔는데 우리 조에서 여자는 저 하나 뿐이었습니다. 다행히 모두 임무를 무사히 마쳤는데 이 덕분에 지금 인공위성 사진만으로 세계 어디에서 아편이 재배되는 지 한 눈에 알 수 있지요"

그는 경북대 대학원에서 김해평야의 간석지를 위성영상으로 분석하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박사학위는 '문학박사'였다. 대학원이 인문대 소속이었기 때문. 그래서 그는 경일대 교수로 있으면서 일본 도카이 대학으로 유학을 가 지리정보시스템(GIS) 분야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래서 지금 박사학위가 두 개다. 대학원 졸업 후 8년간의 연구원 생활을 하다 1993년 경일대에 측지공학과가 생기면서 교수로 부임했고 지난 2007년 위성정보공학과가 분리·신설되면서 현재 위성정보공학과 소속이다. 그리고 2003년 GIS전문기업인 를 만들었다.

-교수로 학생을 가르치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기업을 만드신 이유는 뭡니까?

"우선 공간정보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분야 석·박사인력들이 졸업을 해도 지역에는 취업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직접 창업을 했지요. 게다가 지자체 등에서 가지고 있는 지리정보들은 모두 서울에 있는 업체들이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가끔씩 심의위원으로 지자체 현장을 살펴보면 제대로 유지·관리가 되지 않는 거예요. 정보는 계속 갱신돼야 하는데 관리 업체가 서울에 있다 보니 그런 겁니다. 이런 면에서도 이 분야 전문기업이 지역에도 꼭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제 전공은 '활용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연구소에서 '썩는' 기술이 아니라 실용화, 상업화를 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8명의 석·박사들로 기업을 시작했다. 첫 사업 수주는 경북도 '산림원격탐사시스템'으로 2억7천만 원짜리 용역이었다. 임야도, 흑백 항공사진, 지형도 등을 통합해 입체화·컬러화했고 담당공무원이 지번만 입력하면 그 지역의 모든 임상 및 환경정보가 나타나도록 했다. 이 자료는 특히 산불 발생 시 헬기를 통제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경북도는 이 시스템으로 2004년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후 연안위험취약지 및 도로시설물 정보관리 3차원 정밀산림지리정보 관리, 3차원 지하매설물 정보관리, 3차원 하천지형정보 관리, 마케팅 분야의 점포관리 등 수많은 시스템들을 개발했다. 이 같은 업적으로 모범중소기업상, 해양수산부 표창, 기술혁신 중소기업 선정, 산업자원부 표창, 국토해양부 표창, 대통령 표창, 원격탐사학회 기술상 등 매년 화려한 연혁이 쑥쑥 쌓이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에 힘입어 지금은 석·박사인력을 포함해 50명이 근무하는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까지 2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주해 45억여 원에 이르던 회사의 연 매출이 올해는 6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회사의 주요 사업대상이 중앙정부나 지자체인데 어느 곳의 비중이 높습니까?

"회사 매출의 70% 정도가 중앙정부에서 발주한 것들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산림청의 산불진화 프로그램과 현재 4대강 관리 프로그램 등이 있지요. 산불진화 프로그램의 경우 통제소에서 산불과 헬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효율적인 진화가 가능하도록 합니다. 산림청도 우리 프로그램으로 대통령상까지 받았지요. 환경부가 발주한 안양천 관리 프로그램의 경우 정밀항공사진을 이용해 3차원 영상으로 만들었는데 안양천 둑이 터져 우리가 모의 실험한 것이 정확하게 맞았어요. 이런 기술력으로 4대강 관리 시스템도 우리가 맡았습니다. GPS와 항공레이저측량(LiDAR)기술을 통합한 4대강 관리시스템은 세계적인 최첨단 공간정보기술력을 우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위성정보기술로 농업생산량 예측도 가능하다던데 어떤 원리인가요?

"위성영상을 보면 어디에서 어떤 작물이 얼마나 재배되는 지 알 수 있어 그 해의 수확량 예측이 가능하지요. 이를 농업지도작성시 활용하면 과잉생산으로 인한 농산물 값 폭락을 막을 수 있습니다. 현재 경북도농업기술원과 함께 1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거의 마무리됐습니다. 2단계에서는 농산물 생산량을 심도 있게 분석·예측함으로써 실제 농업행정에 활용 가능한 시스템으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위성정보의 활용 전망은 어떻습니까?

"무궁무진합니다. 현재까지 산림 및 하천 관리, 도로 시설물 관리, 농업 등에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이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그린에너지(발전수 선정, 지형분석, 에너지 분포, 전력량 자동계산 등), 토지·부동산·건물 통합관리, 정밀영상 3차원 지도 제작, 유통(점포망, 물류추적 등), 도시계획, 문화·관광(문화자원·음식 숙박업 정보 제공), 생활(의료·복지·종교 등) 분야까지 위성정보를 활용하면 업무효율이 훨씬 높아지죠. 한마디로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분야, 인간이 활동하고 있는 전반에 활용가능합니다"

-최근 이상기후로 재난이 자주 발생하고 추석에는 수도권에서 물난리가 났는데 이런 것도 위성정보 기술로 미리 예방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요. 우리의 정보기술 시스템이 있으면 과학적인 방재가 가능합니다."

-개발된 프로그램을 수출도 합니까?

"현재 공간정보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동남아 지역 수출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는 농업통합정보관리시스템, 몽골에는 토지종합관리시스템, 말레이시아 등 밀림을 가진 나라에는 밀림관리에 이 기술을 활용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국내 위성수신시스템을 구축해 국외에도 우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것이 완성되면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우리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조 교수는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지역 7개 대학의 학부 및 대학원생 28명이 2천46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이른바 '준명 장학금'이다. 조 교수의 부친 이름(조준승·경북대 명예교수)과 조 교수의 이름에서 각각 한 자씩 따 왔다. 이 전에도 그는 자신 학과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왜 이런 일을 하십니까?

"위성정보기술 분야 우수 인력을 양성해 대구·경북 지역을 전국 공간정보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조그마한 시도이기도 하고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기업의 원래 목적을 이루기위한 것이기 합니다"

-꿈이 있으시다면?

"우리나라 미래의 블루오션인 공간정보기술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공간정보센터나 위성정보센터를 우리 지역에 꼭 설립하고 싶습니다. 이 시설들이 지역의 공간정보를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에게 서비스하면서 더욱 더 많은 고용창출을 하고, 나아가 국가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 세계적 블루오션인 공간정보기술의 허브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리하면, 조 교수의 삶의 모티브는 '독특한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독특한 분야를 발굴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 열정적으로 남이 밟지 않은 길로 가 마침내 꿈을 이뤄낸 것이다.

조명희 교수는

● 학력

- 경북대 대학원 지리학과 문학박사 / 일본 동해대 해양공학 공학박사 / 영국 런던대 측지정보공학과 초빙연구원

● 경력

- 유엔 지역개발센터 연구원 / 국가GIS거점대학사업단장 / (사)대한원격탐사학회 상임이사 / (사)한국지리정보학회 회장/명예회장 / 아시아 GIS 학회 회장 / 교육과학기술부 다목적 실용위성 2, 3, 5호, 통신해양위성개발사업 추진위원회 위원 / 미래국가유망기술위원회 위원 / 국가우주위원회 산하 우주개발실무추진위원회 위원 / 위성활용 촉진위원회 위원 / 국토해양부 국가GIS추진위원회 위원 / 중앙하천관리심의위원회 위원 /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낙동강 살리기 전문가 자문단 / 행정안전부 중앙도로명주소위원회 위원 / 소방방재청 사전재해영향성검토위원회 위원 / 경북도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 새경북위원회 경제과학기술회 위원 / 대구시 지역정보화추진협의회 위원 등 다수의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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