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규 경주 동경이보전연구소장

'동경이 박사' 최석규 경주 서라벌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동경이 토우를 들고 설명을 하고 있다.

최석규(53·경주 서라벌대 애완동물관리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동경이 박사'로 통한다.

신라 토우에서 발견된 꼬리 짧은 개 '신라 동경이' 보전 작업을 하고 있는 최석규 교수는 지역 환경 운동가에서 전통 토종개 '동경이' 보전 연구가로 변신했다.

최석규 교수는 서울 건국대학교에서 화공학을 전공한 뒤 환경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고향 경주에 내려와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방폐장 유치 반대 등 지역의 환경 운동에 전면에 나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양동민속마을 서백당에서 동경이가 주변을 살피고 있다.

지난 93년부터 환경운동을 시작한 최 교수는 99년에 환경운동연합을 설립하고 형산강 살리기와 방폐장 반대 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그러던 중 최 교수는 지난 2005년 어느날 경주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 답사 프로그램으로 찾아간 박물관에 개최된 '신라 토우전'에서 5~6세기 신라시대 개 토우에서 사실적으로 묘사된 꼬리 짧은 개의 모습을 보는 순간 경주지역 개 사육사들에게 널리 알려져 전해 내려오는 '동경이'가 '신라 개'라는 확신을 하고 보전작업에 나서게 됐다.

"경주에서 환경운동에 온몸을 바쳐 일을 해왔지만 늘 결과는 참담했지요. '힘의 논리'에 밀려 실의에 빠져 있다가 서라벌대 애완동물학과로 복직해 학자로서 마지막으로 뜻있는 일을 해보자는 결심을 하면서 동경이 보전 작업에 나서게 됐습니다."

본격적인 동경이 연구를 위해 지난 2005년에 '경주 동경이보전연구소'를 설립하고 소장을 맡은 최 교수는 '동경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 이미 취득한 환경공학박사에 이어 다시 2009년에 대구대 자연자원학과에서 '경주개 동경이의 기원과 품종의 특성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교수가 설립한 동경이보전연구소에는 성기창(수의사)·이은우·박순태 교수 등 4명의 교수들이 참여해 '동경이 표준형'과 '유전형질 형태학' 연구 논문을 비롯해 동경이 관련 논문 20여편을 발표해 한국 토종개 연구분야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최 교수는 경주개 외부 유출을 방지하고 종(種)을 확보해 혈통보존화 사업을 추진했다. 2007년 경주시에서 학술용역을 의뢰해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하고 문화재청에서도 역사성이 있는 기념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해 연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따라서 동경이는 올해 10월에 한국 애견협회로부터 한국 토종개 인증을 받아 '진도개'와 '풍산개','삽살개'에 이어 한국 4대 토종개가 됐다.

"동경이가 토종개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을 박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혈통 관리'가 제일 중요합니다. 즉 인간과 같이 확실하고 신뢰할 만한 '족보 관리' 체계가 구축돼야 합니다."

최 교수는 동경이 혈통 관리를 위해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IT 강국'의 장점을 살려 인터넷 네트웍 구축에 나섰다. 먼저 홈페이지를 통해 혈통관리시스템을 만들어 족보 관리에 들어가 동경이 보전 작업에 착수했다.

IT 와 접목한 이 혈통관리시스템에는 동경이의 증조부까지 족보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는데 다가 예방접종 시기와 표준체형, 성격 등 사소한 것까지 전산화 돼 있어 혈통관리는 세계 어느 개(犬) 보다도 우수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으로 동경이 조상과 DNA가 확인 가능해 세계 최초의 완벽한 혈통관리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경주시 홈페이지와 연결돼 있어 방문하기도 수월하다.

또 동경이는 왼쪽 어깨에 인간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마이크로칩을 심어 언제든지 혈통을 확인할 있어 순종 판별이 가능하다.

특히 동경이는 이같은 우수한 혈통관리 시스템으로 순종(純種)을 유지할 수 있어 한국 토종개로서 세계 명견(名犬)으로 불릴 수 있게 될 날도 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명견의 기준은 과거에는 '용맹'과 '충성심'을 최우선으로 삼았으나 현재는 '인간과 친화력'을 가장 강조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동경이는 혈통관리가 우수한 데다가 사람과 친화력도 뛰어나 세계 명견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경이는 인간과 친화력이 좋아 다운증후군 환자들의 사회적응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입증돼 아이들을 위한 치료견으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명견으로서 조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동경이는 실제로 불국사 '아이 꿈터' 정신지체장애인학교에 치료견으로 활용되고 있다.

천연기념물과 명견으로 등극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동경이 표준형' 작업은 신라 토기에 붙거나 토우 형태로 발견된 동경이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순조롭게 진행됐다. 즉 체형이 길어 달리기를 잘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해 지는 등 표준형 작업이 다른 개보다도 확실한 역사적 자료에 충실했다.

현재 동경이는 혈통이 고정된 개체(純種)가 250마리에 이르고 서라벌대학 내 애완동물 테마파크에 140여 마리,일반인 60농가에서 100여마리를 기르고 있다.

최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국내는 물론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돼 방문객이 몰려오고 있는 양동민속마을이 동경이 사육마을로 지정되고 동경이는 인간과 스킨십이 좋아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진도개는 주인에게만 충성을 바치고 주인이 바뀌거나 다른 사람에게는 충성심이 없어 기르기가 힘들지만 동경이는 주인이나 다른 사람을 개의치 않고 친화력이 좋습니다. 낮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사람에게 짖지를 않습니다. 그렇다고 용맹심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신라시대 때는 맹수를 잡는 사냥견으로도 활약을 한 '화려한 이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두뇌가 좋아 특유의 친화력으로 치료견으로 봉사활동을 하는데는 제격입니다. 이러한 장점을 지닌 동경이를 확산 시키고 관광자원화 하기 위해서는 동경이를 체험하고 보전할 수 있는 '동경이 테마파크' 건립이 시급합니다."

'동경이 박사'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최 교수는 '동경이 천연기념물 지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구역량을 집중해 동경이 보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대부분의 토종개들이 역사적 자료가 미미해 표준체형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동경이는 신라 토우에서 체형이 사실적으로 명확하게 표현됐기 때문에 한국 토종개로 명실상부한 자리매김 하기에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동경이 연구와 보전에 마지막 학문적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최교수는 동경이 천연기념물 지정 뿐만아니라 후손들에게 물려줄 계획도 세우고 있다.

"동경이를 순수하게 보전하는 길은 철저한 혈통관리입니다. 우수한 IT 기술로 동경이 혈통을 세계인 모두가 공유할 수 있을때 동경이의 세계 명견 등극이 가능하겠지요. 이러한 작업을 철저하게 진행해 동경이를 우리 후손에게 잘 물려줄 수 있다면 이것보다 더 보람된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지역 환경 보전을 위한 노력에 이어서 전통 토종개 동경이 보전에 열정을 쏟고 있는 최 교수의 동경이를 향한 순수하면서 강렬한 '꿈'이 이뤄질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