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예술의전당 관장 취임…35년 영화·방송제작 노하우 고향 경주문화 발전에 접목

"작은 것부터 서서히 변화를 가져 올 생각입니다."

"순수예술을 꽃피우고 싶다"며 지난 2월 경주예술의전당 관장에 취임한 엄기백씨(60).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면서 연출계의 총아로 떠올랐던 엄기백 관장은 1981년 5월 한국방송공사에 첫 발을 내딘 후 30여 년 간 그의 보폭은 다양하고도 넓게 펼쳐졌다.

1981년 입사후 부터 2004년까지 드라마제작국 PD(차장,부장)를 거쳐 2004년~2005년 방송심의 위원, 2005년 HD문학관 100선 프로젝트팀. 2005년 12월-2009년1월 한국방송 수원 드라마 센터 팀장(부장급), 2009년 1월~2011년 1월 드라마 제작국PD를 지냈다.

엄기백 경주예술의전당 관장

그런 그가 경주예술의전당 관장이 된 것은 적재적소의 인사라는 평이다. 그가 지금까지 해 온 일에 경주만의 특색을 담아 매듭 지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방영된 경주 최부자 가문을 소재로 한 드라마 '명가'를 기획, 교동 최부자를 전국에 알리게 된 계기가 됐던 엄기백관장은 자신의 고향 경주에 깊은 애정을 갖고 천년왕도 경주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오는 6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경주에 돌아왔다. 그리고 경주의 문화예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타고난 열정에 불을 지피고 있다.

1977년 19살 철 들 무렵 서울로 간 그는 35년이란 방송국생활 자체가 드라마틱했다고 한다.

경주예술의전당

가을이 돼도 물들지 않는 푸른 잎새처럼 언제나 정열적이길 바라는 것은 모든 인간의 타고난 염원이다. 경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제대후 동국대학교 연극 영화학과 복학을 준비하다 남들이 하지않는 영화감독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 지금까지 방송국에 몸담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연출한 대표작품으로는 1978년 원미경이 출연한 '너는 내 운명(정소영감독)', 1979년 최하원 감독의 '뻐꾸기는 밤에만 우는가', 1981년 김자경 감독, 국립창극단의 오페라 '수궁가'를 비롯 특집 드라마까지 무수하다.

경주에 오게 된 계기를 묻자 "경주를 위해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경주인이라는 것, 더 나은 예술문화가 경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탤런트 이병헌씨의 연기생활 20주년 행사가 제주도에서 열렸는데 무조건 오라는 성화에 갔더니 한국·일본·동남아 팬들을 불러 팬미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팬미팅 끝 무렵 '자신의 오늘을 있게한 사람, 가장 고마운사람'이라며 저를 소개를 하는데 이제는 그만들 때가 됐구나" 생각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방송환경이 예전과는 너무 달라졌다. 종전에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갑'의 입장에서 일했으나 지금은 기획자, 프로듀서, 제작자 등 각 시스템이 달라졌다. 정년을 하면 '을'의 입장으로 위치가 바뀌어도 지금처럼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용단을 내리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결정적 계기는 6살먹은 손자 때문이었다고 한다. 매일 "할아버지 어디 가세요?"묻는데 정년 후에는 그같은 물음에 뭐라 대답할 것인가?에 생각이 미치자 경주예술의 전당 관장제의에 흔쾌히 승낙을 했고 오늘에 이르렀다.

은퇴란 직장인이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결단이다. 정년을 남겨두고 내린 결단, 막상 경주에 돌아와보니 소통이 어려운 게 가장 문제지만 서서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엄관장은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운영계획에 대해 묻자 '이미 계획된 일들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게 힘들것 같아 올해는 기존의 계획에 전문가 초청 토론을 거쳐 서서히 해나 갈 생각'이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술과 떡축제' 개선, 국악 등 예술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난상토론을 펼 친 후 도출된 아이디어로 조금씩 바꿔갈 생각인 것이다.

또 교동 최부자집 앞 광장에서 전통혼례식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클래식 산책, 문화강좌 등을 기획하는 등 가난한 예술인들이 수익창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그의 계획이다.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민속 공연과, 난타 상설공연장 만들어 오는 10월 경주 WTO장관회의를 기점으로 공연을 추진하는 것도 앞으로의 주요사업으로는 문화관광 행사, 관광개발 및 관광 상품개발, 전통문화·음식 발굴 및 육성, 그리고 문화관광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벚꽃 만개하는 5월, 경주에 좋은 연극을 유치하기 위해 현재 화성국제연극제측과 접촉중이다. 이는 화성국제영화제 집행위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2개의 연극을 8월 중 경주에 유치하기 위해 애쓰는 등 그가 갖고있는 엄청난 지식과 기획력이 일에만 매달리는 그를 오히려 외롭게 하지나 않을지 염려된다.

"문화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뛰어볼 생각"이라는 그는 경주인들이 자신을 도와주면 좋겠다고 한다. 재즈·락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경주라는 도시에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을 갖는 것도 실행에 옮겨야할 사항이다. 자신의 부임 첫공연으로는 지난해 11월까지 연일 매진행진을 기록했던 '명성황후'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릴 생각이다.

엄관장의 이같은 열정은 앞으로 30만 경주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의 문화예술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뿐만아니라 경주 문화관광의 새로운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경주는 풍부한 유·무형 문화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중한 자산을 보다 더 많이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서구중심주의 문화의 축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이때 지역문화발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이러한 때 경주만의 독특하고 세계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다는 엄관장의 포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리의 할일이 아닐까?

엄기백 관장은?

1981년 5월01일 한국방송공사 입사

1981년-2004년 드라마제작국 PD(차장,부장)

2004년-2005년 방송심의 위원

2005년 HD문학관 100선 프로젝트팀.

2005년 12월-2009년1월 한국방송 수원 드라마 센터 팀장(부장급)

2009년 01월- 2011년 01월 드라마 제작국PD 역임

2011년 02월부터 경주 예술의 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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