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은(해병대 대위)

여자로 태어나서 여군으로 다시 태어난지 만 30개월이 되었다. 24년 동안 민간인으로 살아왔던 기간보다 한참 짧은 군 생활이지만 그 안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들은 결코 적지 않다. 짧은 시간 안에 누군가가 변화되고 있다면 군 입대라는 이벤트가 있었을 것이라 감히 말해본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규칙적인 습관, 말하는 방법,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 생각하는 방식 등 내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의 자연스러움이다.

우리 해병대 대원들은 "필승!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아낌없이 한다. 훈련 종료 후 전투복에 묻어있는 먼지를 털어주어도, 추운 날씨 근무 철수하면서 건네지는 차 한잔에도, 심지어 자신이 빌려준 물건을 되돌려 받으면서도 감사표현을 한다. 어쩌면 당연한듯이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행위들에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상대방의 기분까지 좋아지게 만들어준다.

처음 신임소대장으로 실무부대에 배치되었을 때 이런 해병들의 태도가 약간은 낯설었다. 그러다 문득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는 내가 해병들에게 더 고마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민해보니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해병들에게 고맙다는 표현도 못하겠냐 마는 나도 모르는 사이 표현에 인색한 소대장이 되어있었다. 그 날 이후 고맙다는 말을 의식적으로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천천히 실천에 옮겼다. 갑자기 매사 고맙다는 나의 행동에 해병들이 당황해 했지만 이내 함께 나누고자 하는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기쁘게 받아들여줬다. 확실히 감사표현을 하기 시작하니 소대원들과의 관계가 훨씬 더 친밀해졌다.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이 돈독해졌으며, 선임은 후임을 사랑해주고, 후임은 선임을 존경하며, 소대원은 소대장인 나를 신뢰하는 이상적인 소대가 되었다. 인접소대는 물론 타 중대의 부러움까지 산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결과 각 종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 단결력과 전투력이 뛰어난 소대가 되었다. "감사하다"는 말의 힘이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왜 더 일찍 감사표현을 하지 않았는지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늦게나마 깨닫고 실천할 수 있게 되어 참 감사하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내 모습이 좋다. 이 기회를 빌어 무뚝뚝한 소대장에게 먼저 다가와 감사나눔의 기운을 전파해 준 해병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해병대 1사단 7연대에서는 병영문화 혁신 추진의 일환으로 감사나눔 운동 '붐'이 일고 있다. 연대 최고 지휘관에서부터 막내 이병까지 살기 좋은 부대, 살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는데 감사나눔 운동이 큰 몫을 하고 있는 중이다. 소등 전 감사나눔 노트를 작성하고 있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앞으로 해병대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확신 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한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감사나눔이 해병대는 물론, 더 많은 곳에서 따뜻하게 번져나가기를 희망한다. 감사함의 행복을 알게 해준 무적해병, 상승해병, 귀신잡는 해병대에게 "필승!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