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웅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그리고 덴마크 등...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강소국이다. 각각의 국력은 막강하지만 강대국으로 불려 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경제력은 크지만 국토와 인구가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으로 보면 우리도 강소국가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기술력은 있지만 자본과 마케팅 능력이 취약하면 강소기업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많은 강소기업들을 등에 업고 성공한 나라는 대만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1990년 후반 까지만 해도 대만은 우리보다 GDP나 생활수준이 훨씬 높았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이 취약한 우리의 경제구조를 걱정하였고 따라서 정부, 민간 할 것 없이 대만의 중소기업정책을 배우려 다녔고 많은 연구 노력을 해왔다. 그때부터 우리도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강소기업들만 가지고는 자동차, 가전, 조선 등 조직과 자본을 필요로 하는 거대 산업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즉 우리나라처럼 삼성, 현대, LG등 대기업에 의한 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한국과의 경제 역전은 피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대만 사람들의 자존심은 어김없이 구겨졌다. 그 결과 대만 사람들은 잘나가는 한국 경제에 배가 아프고 한국인을 미워한다고 한다. 어찌됐든 반듯한 대기업이 없이도 대만 경제가 꾸준히 발전하는 것을 보면 강소기업의 위력이 어떠한 것인지는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니겠는가.

한편 대만정부도 이러한 대기업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결과, 이제는 비교적 규모가 큰 그룹들을 많이 보유하게 되었다. 그 결과 애플의 하청업체인 FOXCON과 TSMC, HTC 등은 규모가 엄청나게 큰 회사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와 대만은 서로 교차하며 공부를 한 셈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박 엔진을 만드는 회사 중의 하나가 스위스의 산간 오지마을에 있다고 한다. 지금 세계 최고의 엔진은 현대 중공업과 STX등 한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조그만 산골에 있는 회사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또한 유럽 각지의 시골마을에는 다른 나라가 갖고 있지 않은 특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명품을 만드는 강소기업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다. 독일의 무역흑자의 핵심은 이러한 1350여개의 강소기업이라고 하지 않는가.

오래전 필자가 겪었던 경험담 한마디. 당시 철강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핵심공정에 쓰이는 부품이 영국의 북부지역에 위치한 조그만 회사에서 만들어 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세계적으로 이러한 부품을 만드는 회사는 그곳이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부품은 크기가 제법 되어 기존의 산골 도로로는 운송이 어려웠다. 그래서 주로 야간을 이용하여 임시 도로 및 교량을 만들어서 어렵사리 항구까지 운반을 한 적이 있다.

이젠 우리도 세계에서 1등을 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꽤나 많이 있다. 오토바이용 고급 헬멧에서부터 자동차 엔진의 피스톤링까지 각 분야에 걸쳐 많은 명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거기에다 국가 강소기업 육성 계획을 차근차근 성공적으로 실현한다면 우리도 대기업과 함께 균형 있는 산업경제구조를 갖는 몇 안 되는 나라로 발돋움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역규모 2조 달러 시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빨리 올 것이 분명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