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보 공사의 부실문제가 제기되더니 이번에는 급속한 생태계 파괴가 문제가 되고 있다. 급하게 공사를 밀어붙인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그간 4대강 공사로 일부 생태계 교란은 있겠지만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고 시공에 반영해 문제가 없게 하겠다고 공언(公言)했다. 그러던 것이 그야말로 빌 공자 공언(空言)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강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흰수마자, 꾸구리 등 멸종위기종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최초로 4대강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강물의 흐름이 멈춰져서 수중 어류가 호수에서 잡히는 어종으로 변하는 등 예상한 대로 생태계 변화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낙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보 상·하류 2㎞ 구간의 수생태계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일부 멸종위기종이 본류에서 사라지고 강바닥에 사는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은 모든 수계에서 출현 종수가 감소했다. 3년 만에 급격한 생태 변화가 확인된 것이어서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심이 얕은 곳에 사는 멸종위기 1급 흰수마자는 2010~2011년 금강 본류에서 관찰됐으나 2012년에는 관찰되지 않고 있다. 멸종위기 2급 꾸구리는 2010년 한강에서 발견됐으나 그 이후에는 자취를 감췄다.

낙동강 창녕합천보 주변에서도 멸종위기 야생동물 귀이빨대칭이(일명 말조개)도 갈수기와 준설로 수위 하강에 의해 일시적으로 발견됐으나 이후에는 수위상승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발표처럼 보 설치와 준설로 유속이 느려지고 수량이 풍부해지면서 흐르는 물에서 주로 서식하는 흰수마자와 꾸구리 대신 정체된 물을 좋아하는 어류인 끄리, 누치가 우점종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강변 수변공원을 조성해 황소개구리, 줄무늬거북 등 생태계교란종도 나타났다. 생태계 변화는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더 지켜봐야겠지만 멸종위기종이 사라지는 등 3년간 조사결과만 봐도 심각성을 알 수 있다. 4대강 보의 설치가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4대강 사업이 생태계에 주는 악영향은 더 커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환경부가 나서서 4대강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정부가 책임 있게 4대강 문제를 다루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4대강 보의 설치로 호수화 된 생태계 문제는 이 조사에서 심각성이 드러난 만큼 개선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자연은 무엇보다도 복원력이 강하다. 스스로 복원될 수 있게 물길을 터주고 어도(魚道)를 열어주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