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곤 경북과학대학 교수

최근, '국민행복기금' 신청자가 예상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인의 채무를 국가가 지원해주는 이 정책은, 여러 가지를 종합해 상환 의지와 능력을 평가한 후 일정 범위 내에서 빚을 탕감해주고, 남은 부채를 장기간에 걸쳐서 분할하여 갚을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인데, 이 기금을 통한 채무조정신청자 접수결과 50만 명을 상회하였다하니, 그 인기는 과히 상상을 초월하는 사례로 남을게 확실하다.

만약 현재의 추세대로 신청자 전원이 수혜자가 된다면, 과연 이것이 전체국민정서에 합당한지, 그 수혜조건을 비켜간 신용불량자의 상대적 허탈감은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어쨌든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의 수가 우리의 예측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방증한 셈이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음을 의미하는데, 대부분 미취업으로 인한 생계형 가난이 그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때마침 며칠 전 우리지역에서 있었던 '중·장년층 취업박람회'가 예상을 뛰어넘은 많은 참가자들로 행사장이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 보도도 같은 맥락이다. 자녀들을 다 키워 이젠 좀 편해지는가 생각하던 50대 이상의 사람들이, 이외로 행사장을 많이 찾아와 그들의 절실한 취업이유를 받아줄 기업을 애타게 찾아다니는 사진 기사는 보는 이를 우울하게 하였다. 50대의 구직자가 20대를 앞질렀다는 뉴스가 얼마 전에 나온 터라, 그런 소식은 이제 우리사회의 대수롭지 않은 한 장면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나 자연스럽고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현상이 아님은 확실하다.

차제에, 우리나라 최대 자동차그룹의 한 계열사는, 생산직 근로자를 새롭게 채용할 때, 생산직으로 정년퇴직하는 사람과 25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의 직계자녀를 우선 채용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어, 많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생산직 사원의 자녀 특별채용 실현을 위하여 구체적인 가산점제도까지 만들었다고 하니, 대기업의 처사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사람이 많다.

지난 2월 이 회사의 신입사원 경쟁률이 무려 "250 대 1"인 점과, 이 회사 생산직 사원의 평균 연봉이 "8,000만 원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아버지가 자신의 일자리를 아들이 세습할 수 있도록 노조를 통해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그 회사 노조는 회사 측에 대하여, 만약 사원채용 때 자기자식들에게 특별혜택을 주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하여, 회사 측이 결국 노조의 그런 주장을 수용했다고 하는 일부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런 일련의 결정은 결코 정상적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안정적 자동차 생산을 위한답시고, 장기근속자 자녀의 직장 대물림이라는 나쁜 선례를 받아들인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국민행복기금' 혜택을 보게 될 사람들이 미취업인 상태에서 이 기금만으로 정말 행복해지리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50대 이상의 구직자로 붐빈 취업박람회가 자연스럽게 여겨지지도 않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일자리 대물림' 결정과 같은 선례는 아무래도 잘못된 느낌이다. '중장년 취업박람회'의 가치가, '일자리 대물림'에 밀려나지 않아야 한다. 도덕적 공동이익 속에 나의 이익이 있어야 함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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