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기 대구청각언어 장애인 복지관장

청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가수나 전화교환원처럼 반드시 소리를 들어야만 할 수 있는 일 외에는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시각장애인이나 지체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일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감각이나 기능을 상실하지 않았다면 장애인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보조기구를 사용하면 결정적인 장애조차도 극복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취업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고 법률로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법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장애인을 3%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장애인 고용 실적을 보면 2012년 6월 기준으로 많은 기업에서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여기에는 민간기업 1,845개소, 정부기관 20개소, 공공기관 22개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 중 장애인을 전혀 고용하지 않은 경우도 824개소나 되었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취업을 장려하고 의무사항을 강화하기 위해 의무고용률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공공기관 2.5%~3%의 의무고용률을 3%, 2.5%의 민간기업 의무고용률을 2.7%로 끌어올린다는 '201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장애인 우수기업에 인증마크제 도입 및 대출금리 우대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공공기관 평가에는 장애인 고용실적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법이 제대로 지켜지기만 하면 많은 장애인들이 더 다양한 일터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이 산업현장에서 제몫을 감당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일이 중요하다. 편견을 버리고 장애인을 성공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보안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에스원의 자회사인 '에스원CRM'은 장애인 고용률 40%를 기록, 업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하면 약간의 불편은 있겠지만 국가적으로 볼 때는 얻는 것이 많다. 기업체나 기관의 입장에서 염려하는 불편함이란 이동성, 의사소통의 문제, 작업 능률 같은 문제 정도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장애인에 대해 약간의 배려만 해준다면 다 극복 될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 통역자를 둔다거나 이동이 불편한 직원을 위해 계단 턱을 없앤다거나 이 정도의 수고나 배려만 해준다면 장애인도 얼마든지 비장애인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배려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그 사고방식이 더 큰 문제이다.

이렇게 해서 장애인을 일정 수 이상 고용하게 되면 기업체에게는 일단 장애인을 위한 시설 설치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고, 세금 혜택이 있고 운영에 필요한 자금 대출 금리도 낮아진다. 장애인은 개인적으로는 소득이 생기고 직업을 통한 자아실현도 도모하게 됨으로써 사회에 기여 할 수 있게 되고 국가적으로는 고용률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통합에도 기여하게 된다.

누구나 차별 없이 일하는 그런 사회가 진정한 복지사회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