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석 국회부의장 인터뷰물류비용·시간 획기적인 단축으로다양한 산업·문화 시너지 극대화 효과포스트 철강시대 이끌 新실크로드 기대

이병석 국회부의장

서울에서 포항까지 1시간 50분. 꿈의 KTX 포항 직결선이 내년 말 완공된다. 개통일은 포항이 '철도 독립'을 선언하는 날이다. 그 동안 경주를 거쳐야만 했던 철도 소외 도시 포항시가 당당하게 '독립 만세'를 부르기 때문이다. 소식을 접한 지역민들은 벌써부터 설레이는 마음이다. 철도를 '엄마의 마음'으로 여기며 뜨거운 마음으로 KTX 포항 직결선을 추진해 온 이병석 국회부의장에게 그 의미와 파급효과 등을 들어봤다.

△ KTX 포항 직결선이 내년에 완공 예정이다. 이 직결선을 구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동해남부선(포항∼울산) 복선전철화 사업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이병석 국회부의장(가운데).

- 위대한 역사는 위대한 길에 의해 만들어졌다. 로마제국의 융성은 사람과 지역을 이었던 10만km의 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알렉산드르 3세가 건설한 '시베리아 횡단철도', 링컨이 건설한 '대륙횡단철도', 박정희 대통령이 건설한 '경부고속도로'가 있었기에 새로운 역사가 창조됐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한 축을 맡았던 포항도 KTX 직결선이라는 새로운 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KTX가 서울에서 포항까지 1시간 50분 만에 달려오게 되면 포항 역사의 새 장이 열리게 될 것이다. 포항이 대한민국의 새 중심임을 당당하게 외치는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다.

△지역민들이 KTX 포항 직결선에 거는 기대가 큰데 어떻게 보는지?

- 포항과 동해안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철도교통의 변방이었던 우리 지역을 전국 반나절 생활권에 편입시키고,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키울 것이다. 물류비용 절감으로 경제적인 시너지 효과도 아주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포항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대규모 철도사업들과 연계해 포항이 명실상부한 동해안 시대 철도교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방금 말씀하신 대규모 철도사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어 주시죠.

- 지금 포항을 중심으로 KTX 포항 직결선,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동해중부선, 영일만 신항 인입선, 그리고 중앙선 복선전철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 지역에 이처럼 대규모 철도 건설이 이뤄지는 것은 전무후무하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포항을 중심으로 철도교통의 혁명이 이뤄진다. 포항이 서울, 대구, 부산은 물론 동해안, 경북 내륙 등과 아주 가까워지면서 다양한 산업과 문화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 신역세권 개발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도 큰데 어떤지?

- 신역세권 개발도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교통망과 지역경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개발, 지역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개발이 돼야 한다. 현재 주변지역이 대부분 농경지로, 개발 여건이 좋지 않아 용도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자연녹지지역이 상업지역으로 변경되면 사업성이 높아질 것이다. 기반이 조성된 후에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갈 계획이다.

△부의장께서는 철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은데. 철도는 어떤 의미인지?

저에게 철도는 엄마의 마음이다. 저의 어머니는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울산 좌천에서 멸치젓을 떼어 철도를 타고 영천, 건천, 모량, 경주시장을 따라 오르내렸다. 차표 검사를 하면 어린 저는 어머니 치마 밑으로 숨어들었죠. 기차는 저에게 엄마의 따뜻한 품으로 추억 속에 남아 있다. 그 애잔한 추억의 힘으로 웅장한 감동의 대서사시를 써보고 싶다. 포항에서 기차를 타고 한반도를 지나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벨기에, 프랑스, 영국에 이르는 대서사시를 말입니다.

△포항지역의 철도사업이 마무리된 후 우리 지역이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 문화입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도시는 문화의 수준이 높다. 우리 지역도 시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를 꽃 피워야 한다. 작년에 세계 유일의 스틸아트 페스티벌을 처음 열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국제바다공연제, 국제불빛축제, 칠포국제재즈페스티벌도 각광을 받고 있다. 지역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문화기획을 통해 지역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 철강 중심의 산업구조를 다양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을 비롯해 한동대, 포항가속기연구소, 한국로봇융합연구원에 우수한 연구인력과 인프라가 있다. 이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포항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포스트 철강시대를 대비하는 창조적인 실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새 꿈이 새 길을 만들어 낸다. 포항지역 철도사업도 지역민들이 함께 꿈을 꾸었기에 이뤄 낸 것이다. 이 길 위에서 더 큰 꿈을 키워 나가야 한다. 세계 속에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우리 지역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함께하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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