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무제한 찍어내서라도 경제를 살리겠다." 아베의 지난해 11월 총선전 공약이다. 총리에 당선된 뒤 그는 약속대로 일제 윤전기에 기름칠을 시작했다. 지난 2006년 헬리콥터로 달러를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벤 버냉키 의장이 '헬리콥터 벤'이라면 아베를 '윤전기 아베'라 불러야 할 지경이다. 취임 후 20조2000억 엔(239조70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아베 정부는 무제한 엔화를 뿌리는 양적완화를 앞으로 2~3년 동안 지속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국제 시장에 엔화가 흔해빠져서 폭락하고 있다. 아베 집권 이전 달러당 80엔 선이던 환율이 올해 2월 95엔선, 현재는 100엔 선에 접근하고 있다. 도요다자동차가 달러당 90엔일 경우 올해 흑자가 400억 달러, 100엔일 경우 올해 흑자가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기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엔진이 꺼져가던 도요다의 가동률이 치솟고 마쓰다, 후지중공업 등 일본 수출 대표선수들이 엔화 약세에 연이어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처럼 아베가 윤전기를 돌리면 돌릴수록 엔화 값이 떨어져 일본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아베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2.5%로 높였다.

일찌감치 안 방 투자처로 귀환한 와다나베 부인(일본에서 흔한 성을 딴 국제 금융투자가를 이르는 말)의 집에 스미스부인(미국 자본)도 소피아 부인(유럽 자본)도 중국 큰엄마(중국 자본)도 초빙됐다. 이 때문에 일본 증시가 들끓고 있다. 일본 증시가 역사상 최고치로 뛰어오르고 그 영향으로 아베의 지지율도 80%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은 일본의 경기부양책을 공감하고 일본의 디스플레이션을 없애려는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의 윤전기에 기름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양적완화가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 더욱 걱정인 것은 군복입은 아베가 윤전기를 돌려 얻은 지지율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것이다. 아베는 전범(戰犯)의 죄의식을 벗고 다시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 있는 '전쟁개헌'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세계가 영토분쟁에 휩싸여 있는 아시아를 '아시아 파라독스'라 하는데 그 주범이 아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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