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刹那)는 산스크리스트 어의 '크샤나'를 음역한 것으로 '아주 짧은 시간' 이란 뜻이다. 지극히 짧은 순간의 시간 최소 단위다. 찰나를 현대 시간으로 환산하면 75분의 1초(약 0.013초)라고 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관념에서는 느낌조차 없는 그런 상태다. "어느 날, 가늘고 가는 명주 한 올을 젊은 사람 둘이서 양쪽 끝을 당기고 칼로 명주실을 끊었더니, 명주실이 끊어지는 시간이 64찰나였다." 불교경전 '대비대사론'에 나오는 비유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인간이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적어도 120찰나라 한다.

또 다른 설로는 사람이 손가락을 한 번 튀기는 사이, 즉 일탄지시(一彈指時)가 64찰나라 한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찰나에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데 계속적인 생멸현상을 '찰나생멸(刹那生滅)'이라고 한다. 사물의 무상한 궁극적인 모습을 일기(一期)생멸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현재의 1찰나를 현재라 하고, 전 찰나를 과거, 후 찰나를 미래라하며, 이 셋을 합하여 찰나 삼세(三世)라 했다. 시간의 개념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불교도의 노력이 가상하다.

그러나 포항에 들어서고 있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연구 영역에 비하면 오히려 허망할 지경이다. 포항에 있는 3세대방사광 가속기는 100억분의 1초, 즉 피코초 영역 단위의 연구가 가능하다. 10의 12승 분의 1초 영역이다. 지난 9일 기공식을 한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연구 단위는 무려 100조분의 1초, 즉 펨토초 영역 단위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10의 15승 분의 1초 영역이다. 이에 비하면 찰나는 긴 시간이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의 연구 영역은 그야말로 '찰나의 찰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이 H2O라는 것은 알지만 H(수소)와 O(산소)가 어떻게 결합하고 분리되는 지를 본 사람은 지구상에 아무도 없다. 초고속으로 일어나는 화학반응의 중간과정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사진기가 4세대 방사광가속기다. 화학반응의 중간 중간 단계를 찍어 이어붙이면 동영상이 된다. 정지된 사진과 동영상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학문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에 들어서는 4세대방사광가속기건설의 책임을 맡은 고인수 단장의 말이다. 그야말로 찰나생멸의 순간을 연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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