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로마와 전쟁을 치른 카르타고는 지칠 대로 지쳤다. 그 대응책으로 한니발을 불러들였다. 한니발은 1만5000명의 군대를 이끌고 카르타고에 도착했다. 한편, 원로원으로부터 종전 압력을 받고 있던 로마군 사령관 스키피오는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스키피오는 카르타고에 종전협상 조건을 제시했다. 카르타고의 부를 유지하는데 주된 원천인 상선보유를 허용하고 군함 보유까지 허락하겠다는 아주 관대한 제안이었다. 로마의 제안을 카르타고가 받아들이면 로마에 군사적 위협은 되지 못해도 무역과 제조업으로 카르타고가 상당한 경제대국으로 남을 수 있었다. 로마가 이미 지중해 전역을 장악해 카르타고로서는 구원병을 받을 만한 곳들이 모두 봉쇄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니발 군대의 귀환으로 힘을 얻은 카르타고는 스키피오의 제안을 거절했다. 한니발은 코끼리부대를 앞세워 로마군을 공격했으나 로마군에 대패해 카르타고에서 영원히 추방됐다.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안달이 난 스키피오는 카르타고에 다시 종전협상조건을 제시했다. 1차 제안보다는 관대하지 않았지만 단 하나의 부대도 남아있지 않는 카르타고로서는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이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차 제안에는 카르타고가 앞으로는 로마 원로원의 승인 없이는 어떤 전쟁도 절대 벌일 수 없다는 조항이 들어있었다. 카르타고는 자존심 때문에 거절해서는 안 될 제안을 거절하고 말았다. 로마와의 전쟁에서 두 차례나 패한 카르타고는 더 많은 것을 깨달아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치명적 악수였다. 결국 카르타고는 로마에 의해 완전히 괴멸됐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상업도시 카르타고는 자존심 때문에 처참하게 멸망됐던 것이다.

북한이 우리 측의 거듭된 대화제의를 거부하고 개성공단까지 잠정폐쇄시킨 소통불통은 자존심 때문에 나라를 멸망케 한 카르타고를 연상시킨다. 중국도 "한반도에서 도발해 일을 벌이는 것은 각국 이익에 손상을 끼치고 돌을 들어 제 발등을 찍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북한의 대화제의 거부에 대해 경고했다. 북한의 대화거절은 스스로 고립을 심화시키고 자멸을 재촉하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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