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주 전통맥풍수지리연구학회

풍수지리학에서 전해져 오는 대표적인 용어 중에 '양래음수(陽來陰受) 음래양수(陰來陽受)'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산맥의 흐름을 가지고 말하는 것인데 용 즉, 산맥이 높게 형성되어 오면 낮은 곳에 혈(穴)이 만들어지고 낮은 용맥으로 형성된 곳에서는 높은 곳에 혈이 만들어 진다는 이론이다.

경북 경주시 건천읍 부산(富山) 아래에 위치한 여근곡은 전국에 유명세를 타고 많은 사람들이 관광하고 있으며 지금은 이곳을 테마관광지로 개발이 한창이다. 필자가 몇 년 전에 이곳을 다녀왔는데 참으로 기이한 계곡이다.

이곳이 바로 양래음수형 혈인 곳이다. 천지창조의 조화이며 음양이론과 풍수지리적인 이론에서 사신사(玄武.朱雀.靑龍.白虎)의 기(氣)가 조화를 부려 만들어진 창조물이라 하겠다. 이곳은 신라 선덕여왕의 유명한 설화가 있는 곳이다. '삼국유사' 권1 기이1 선덕왕지기삼사조에 의하면 영묘사(靈廟寺)의 옥문지(玉門池)에 개구리가 모여 3-4일을 우니, 선덕여왕(善德女王)이 서교(西郊)의 여근곡에 숨어 있는 적병을 미리 알아차리고 왕은 급히 각간 알천(閼川)과 필탄(弼呑) 등을 시켜 정병(精兵) 2천명을 뽑아서 급히 서교(西郊)로 가서 여근곡(女根谷)을 탐문하면 반드시 적병이 있을 것이니 잡아 죽이라고 했다.

두 각간이 명을 받고 각각 천 명씩을 이끌고 서교(西郊)로 나가 물었다. 과연 부산(富山) 아래 여근곡이 있고 백제 병사 5백명이 와서 그곳에 매복해 있었으므로 모두 잡아서 죽였다. 백제 장군 우소(于召)라는 자가 남산령(南山嶺) 바위 위에 숨어 있으므로 이를 포위하여 쏘아 죽였다. 또 후속병력 1천 2백 명이 있었는데, 이를 쳐서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다 죽였다.

그 음의 색은 흰색(白)이고 흰색은 서쪽이다. 그러므로 군사가 서쪽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벌써 이때도 풍수지리학은 이러한 오행의 원리를 적용하여 자연의 이치를 읽고 정치에 까지 용의하게 적용하였으며 한반도의 토착학문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풍수지리적으로 이곳은 어떠한 곳인가? 우선 용맥을 보면 낙동정맥의 큰 줄기가 도덕산에서 무학산과 어림산 그리고 인내산을 거쳐 장육산으로 이어가는 용맥에서 동으로 한맥이 나와 사룡산과 오봉산을 지나 여근곡 바로 뒤에 부산(富山 소산이라고 함)을 만들고 그 아래에 양 다리를 벌리듯 가지를 만들어 청룡과 백호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 가운데는 여자의 음부 바로 위 도톰한 형상과 같이 만들어져 있으며 그 아래 계곡이 있는데 이곳에는 사계절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

이 샘을 옥문이라 한다. 여근곡을 중심으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는데 마을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청룡과 백호맥이 옥문을 감싸듯이 하고 있으나 끝자락은 완전히 감싸지 못하고 다리를 뻗은 것과 같이 뻗어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신사 증 안산역할을 하는 주작사(朱雀砂)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결과이다. 따라서 여근곡은 일명 음부혈(陰部穴)이라고 하지만 풍수지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양혈(陽穴)이 아니므로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곳의 산림을 훼손하여 건축물을 짓는 다던가 용맥을 잘라 여근곡을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며 산책로 정도로 관광객에게 개방하는 것이 좋겠다. 자연의 신비스런 천지창조의 유산을 보존하여 자손만대에 좋은 자산으로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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