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존경을 영전에"…애끊는 작별

"눈물로 명복을 기원하며 사랑과 존경을 영전에 바칩니다"

지난 9일 산불 진화 후 귀환하다가 임하댐에서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안동산림항공관리소 소속 고 박동희(58) 기장과 진용기(47) 부기장의 영결식이 14일 오전 경북 안동과 대전에서 각각 산림청장장으로 거행됐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안동 유리한방병원에서 치러진 박 기장의 영결식에서 "그 누구보다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정신으로 산림은 물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지킴이 역할을 훌륭히 해오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조종사님께서 우리에게 남겨주신 그 투철한 정신을 본받아 우리의 목숨이 다하도록 산림을 키우고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고 박 기장의 공군 동기생인 문병준(57) 조종사는 추모사에서 "당신과 같이 비행하며 산불을 진화하던 시간도, 비행경험을 토의하며 안전비행을 강조하던 그 목소리도, 임무 후 나눴던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시간도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겨야 한다니 너무도 슬프고 가슴이 미어진다"며 비통한 심정을 쏟아냈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산림청 및 산하 기관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또 김용하 산림청 차장 주재로 대전 유성선병원에서 거행된 진 부기장의 영결식에는 24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값진 희생을 애도했다.

김 차장은 영결사에서 "대형산불로 번질 뻔했던 영덕의 야간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이른 새벽 이륙하신 그것이 마지막 비행이 되었다니 아직도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못다 이루신 뜻은 우리를 믿고 맡겨주시고 이제 편안히 영면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추모사를 맡은 조효상(46) 조종사는 "사진 속에 있는 조종사님께서는 금방이라도 걸어나와 언제나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조국의 산림을 보호해야하는 우리의 비행임무에 대해 이야기할 것 같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두 조종사의 영결식장에서 고인의 약력과 영결사, 추모사가 이어지자 유족과 동료 사이에서 오열과 흐느낌이 잇따랐다.

영결식을 마친 두 조종사의 시신은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장교묘역에 안장됐다.

현충관에서 열린 합동 안장식은 영현에 대한 경례, 종교의식, 묵념, 헌화의 순으로 최고 예우를 갖춰 진행됐다.

두 사람과 작별해야 하는 유족과 동료의 애끊는 슬픔은 안장식에도 이어졌다.

한 유족은 "하늘을 날던 네가 지은 집이 이렇게 좁으면 어떡하느냐"며 땅을 두드리고 오열했다.

산림청 동료는 빨개진 눈시울을 연방 비비며 듬직했던 두 기장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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