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공부하고 가면 그만이지만 직원 여러분은 이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DJ정권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재임 8개월만에 물러나면서 한 말이다. 장관직을 정치인의 행정수업용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로 해수부장관은 단명했다. 해수부장관 평균 재임기간은 9개월에 불과했다. 적어도 한 명의 장관이 업무를 파악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데는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9개월에 불과해 업무의 연속성도 떨어질 뿐아니라 행정낭비도 극심했다.

1996년 8월 YS정부 시절 출범한 해수부의 장관자리는 정파간의 '자리 안배용'이라는 비판과 함께 해양수산분야 행정경험이 전무한 비 전문 정치인들이 줄줄이 해양수산부장관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DJ정부 땐 DJP공조에 따른 '나눠먹기 인사' 관행으로 해수부장관직은 자민련 몫이었다. 자민련 몫으로 해수부장관이 된 정상천 전 서울시장은 방송 인터뷰서 "평소 생선반찬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해양수산부장관에 관심이 많았다"고 해 그해 연말 각 신문들이 선정한 '어록'에 오를만큼 화제가 되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쇠고기를 좋아하는 나는 농수산부장관감"이라는 우스게가 나돌기도 했다.

1999년 한일어업협정 때 '쌍끌이 파동'의 주인공 김선길 전 장관도 자민련 몫으로 입각했다. 1년에 걸쳐 어렵게 타결된 한일어업협정이 발효와 동시에 문제가 터졌다. 우리 수산업의 주력선단인 쌍끌이 어선이 협상대상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누락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수산업계가 발칵 뒤집혀졌던 것이다. 어민들을 다독이기위해 부산공동어시장을 찾은 김 장관은 '삼치'를 보고 '숭어'라고 잘못말해 어민들의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해양수산부에 대한 장관의 무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노무현정부 때는 해양청장을 지낸 최낙정장관이 취임하자마자 "대통령은 태풍올 때 오페라 보면 안되느냐" 등 실언에 이어 어느 강연회서 교원을 모독한 설화(舌禍)로 취임 보름만에 보따리를 쌌다. 그는 모처럼 해수부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성을 갖춘 장관으로 기대가 컸는데 입 때문에 낭패를 당하고 말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해수부가 처음 여성장관을 맞아 어떤 추억을 남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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