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유전자는 왜 살아남았을까?

불량 유전자는 왜 살아남았을까?

'불량 유전자는 왜 살아남았을까?'는 유전자의 눈이 아닌 사람의 몸으로 겪는 생로병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로 유명해진 '이기적 유전자'는 자신의 그릇인 사람을 조종해 이득을 취하지만, 불량 유전자는 어떤 이익이나 목적도 없이 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는 목적 중심의 개념이며, 불량 유전자는 결과 중심의 개념이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사람이지 유전자가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생로병사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몸이다.

그 몸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여전히 과학이다. 저자 강신익 교수는 과학의 언어를 다시 인문학에 비춰 '인문의학'이라 칭한다.

인문의학이란, 생로병사의 경험적 현상을 과학적 방법으로 설명하고, 다시 그것을 인문학의 가치와 규범을 통해 이해하려는 생명 이해의 방법이다. 강신익 교수는 국내 최초의 인문의학자로 2004년부터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에 인문의학교실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이제 막 과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짤막한 에세이 형식의 글 34편으로 구성됐다.

어려운 과학 용어나 딱딱한 도표를 배제하고, 고정된 이론 대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을 채워 넣었다. 이 과정에서 과학하기의 재미와 삶의 의미를 동시에 찾을 수 있다. 원래부터 '과학'과 '삶'은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검증된 결과를 나열하기보다, 새로운 가설들과 그 가설을 세운 사람들이 겪었던 우여곡절을 다룬다.

세균이 발견되기 전에 직관적으로 '손 씻기'를 통해 산모의 사망률을 낮춘 제멜바이스는 주류 의학계에 외면당한 채 평생을 고독하게 싸웠다. 사회의학의 아버지 루돌프 피르코는 '독일 실레지아 지방의 발진 티푸스 창궐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사회 전체의 민주적 교육과 자유'라는 파격적인 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저자는 자연의학, 인문의학, 사회의학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었을 때, 우리 몸의 고통과 질병에 대한 진정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은 더 이상 콜레라나 페스트 같은 전염병을 앓지 않는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운 슈퍼박테리아가 우리를 위협하는가 하면, 과도한 열량에 비해 섭취량이 낮은 비타민을 인위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들어 '현대인은 풍요와 불평등을 앓는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몸과 삶의 여정을 통해 과학과 의학, 인문학의 긴밀한 관계를 복원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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