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전국 지방동시선거가 1년여쯤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양이다. 벌써부터 시도민들의 생활정치에 선거바람이 불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신문 정치면에는 자천타천운운하며 누구, 누구의 출마가 점쳐지면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때를 같이해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출마 예정 후보로, 현역 김범일시장 김관용지사를 포함해 10여명 넘게 거론되고 있다. 후보가 많은 것 자체는 문제되지 않으며 새로운 인물이 많이 거론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대구시장이나 경북도지사, 혹은 지방의원이 되는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 민주주의 선거 제도하에서 그래야 한다.

출마예정 후보자들 가운데는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도록 해 이름값을 올리려는 얄팍한 상술의 정치꾼도 있을 수 있다.

반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즐기면서도 부담스러워 하는 인물도 있다. 아예 단체장 후보군에 거론되는 것 자체를 온 몸으로 거부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당사자에게 한마디라도 물어보거나 전화 한통없이 기사화 하는 언론의 보도자세다.

얼마전 김연창 대구시경제부시장이 차기 대구시장 후보군으로 언급됐다. 당황한 김 부시장은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했단다. 어떻게 본인에게 한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보도를 할 수 있느냐며 항의를 했다는 것.

하춘수 대구은행장은 더욱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느닷없이 몇몇 신문에 대구시장 출마 후보자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것.

이들 언론도 하행장에게 의사를 여쭈어보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자신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이름이 활자화 되자, 하행장은 김범일 대구시장에게 자신이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죄송하다는 뜻을 전하는 등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빚어지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들 가운데 시장이나 도지사 후보로 함량 미달인 자들도 있는 것 같다.

언론은 역량있는 정치초년생이나 흙속에 묻혀있는 유능한 신인을 발굴해 띄우고 키우는 것 또한 책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너무 과대 포장하거나 검은 것을 마치 흰 것 인양 하는 보도는 좀 그렇다. 어느 기초자치단체장은 시장 출마 예비후보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시장을 하기엔 글세요!'인 듯 함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그렇게 보도하는 이유가 아리송할 뿐이다. 아니면 말고식의 막가파식 보도 행태는자제돼야 한다. "언론이 너무 한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새겨 들어야 한다.

최근 우리사회에 갑(甲)과 을(乙)의 문화가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갑은 때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을을 핍박하고 겁을 주기도 한다. 또 약자인 을에게 욕을 하며 목을 조르기도 한다.

기업체들은 언론에서 인터뷰를 하자고하면 겁부터 덜컥낸다.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다음에 보자며 회피를 하곤 한다. 이유는 대부분이 그 무엇을 요구할까 봐서다. 이러한 책임은 언론에 있음이 분명하다.

혹시 언론이 마치 갑의 위치에 있는 것인양 행세하고 윽박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갑(甲)의 언론이 신뢰추락을 자초하며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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