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7인’ 인질될까 조마조마” 불안했던 심경 회고

출입기자단 오찬서 밝게 웃는 박 대통령박근혜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던 중 밝게 웃고 있다.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초 개성공단 잠정폐쇄 당시 북한과 미수금 협상 등을 위해 마지막 7명이 북측에 남아있을 당시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불안했던 심정을 털어놓았다.

박 대통령은 31일 청와대 안뜰인 녹지원에서 출입기자들과 취임후 처음으로 오찬을 함께 하며 "우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7명의 국민 안위를 위해 얼마나 조마조마했나. 저는 책임감을 느끼고서 더 그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제일 먼저 '이 7명 국민의 안위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조마조마하며 인질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아주 긴박했던 순간은 참 상상하기가 싫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 국민도 거기 가서 일할 때 '합의는 지켜진다' 해서 안심하고 일을 하고 투자도 해야 하는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 업주들이 무슨 죄인인가"라며 "계속 조마조마하게 하고,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정부가 나서서 미수금 전달하고, 끝까지 우리 국민 다칠까봐 조마조마해서 빼내도록 하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금강산에서는 우리 국민이 믿고 갔다가 사망까지 했다"며 "이런 일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신뢰가 쌓일 수도 없고 점점 악화한다"고 북한의 태도를 지적했다.

다음달 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박 대통령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라며 "5년을 이끌 기본 틀을 만들고, 또 북한 문제도 있고 해서 신(神)이 나에게 48시간을 주셨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했을 텐데 출발이 늦다보니 100일이라는 게 별로 실감도 안나고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다음달 하순 한중 정상회담 의제를 묻자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려 한다"며 "양국간 더 큰 발전과 협력을 만들어 갈 것이고, 북핵 문제는 중국 역할이 크다는 얘기를 할 것이다. 공동 관심사를 나누다보면 서로 이해하고 비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방중시 중국어로 연설할 생각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원하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철학자 펑유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를 좋은 책이라고 한 이유를 묻자 "어려운 시절 밑줄 그어가며 읽었다. 역시 그때 읽은 책들이 기억이 많이 난다"며 "중국철학사는 내게 큰 영향을 끼친 책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읽으라고 많이 권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책을 봐도 좋은 글을 읽으면 그냥 두지 않고 노트에 메모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읽어보니 나도 모르게 '이거 내가 실천하고 있는 거잖아' 하고 깨닫게 됐다"며 "적어만 놓았을 뿐인데 내 스스로의 생각과 결합이 돼 나도 모르게 실천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적어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하려 하는데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계속 그랬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착용하는 액세서리 등이 화제가 된다는 언급에 "옷이나 액세서리, 가방 이런 것에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어느 신문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소지품과 관련해 '여성대통령을 뽑으니 이런 재미도 있네'라는 글을 보기도 했다"며 웃었다.

또 "예전엔 필요한 걸 직접 고르고 대통령 되기 전에 산 것도 지금 들고 다닌다. 얼마 전 은색 액세서리가 화제가 됐는데 그것도 대통령 되기 전에 고른 것"이라며 "내가 신던 구두는 중소기업 제품인데 매번 주문하던 데가 있었다. 그 회사가 문을 닫아 다시 다른 메이커로 생산하는데 내가 그곳에 주문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 대행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와 대화 기회를 많이 갖고 자주 어울렸다며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밤을 초콜릿으로 감싼 과자가 새로 개발돼 기자단 모임에 싸들고 가서 '맛있는 과자와 화창한 날씨, 완전히 피크닉 온 것 같지 않나'라고 물었더니 한 기자가 '아니다. 우리의 피크닉은 먹고 쓰러져야 한다'고 하더라"라며 "술을 잔뜩 마시고 쓰러져야 피크닉다운 피크닉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는데 물론 농담이었지만 많이 웃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보라색 재킷과 흰색 바지차림이었다. 헤드테이블에서 기자들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직접 접시에 담아온 뷔페식 식사를 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 말미에 "돼지를 한번에 굽는 방법이 뭔지 아는가. 간단하다. 그것는 코에다 플러그를 꼽으면 된다"는 특유의 '썰렁 개그'를 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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