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운 해마루부부한의원장

"다시 태어난다면 남성으로 태어나겠느냐, 여성으로 태어나겠느냐?" 최근 자신의 망언 파문과 관련 진의를 밝히겠다며 기자회견을 연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 오사카 시장 겸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에게 어떤 기자가 건넨 질문이다.

하시모토 시장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기자석의 다른 기자가 "위안부로 태어나라!"고 외쳤기 때문이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아베노믹스로 20년간 경기침체를 딛고 모처럼 기지개를 켜던 일본의 국격(國格)은 계속되는 망언으로 또 한 번 땅에 떨어졌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에 이어 유엔도 하시모토 시장을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을 '증오연설(hate speech)'로 규정, 중단을 촉구했다.

27일에는 세계 17개 국 60여 국제단체가 하시모토 망언을 정면 규탄했다. 그렇게 보면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은 결코 나쁜 것만은아닌 듯 싶다. 당장 우리 정치권이 하나가 됐다.

여의도는 한 목소리로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여야의 하나 된 모습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좌우 갈등과 분열에 휩싸였던 인터넷과 SNS도 오랜만에 하나가 되어 일본을 성토하고 있다.

절대로 하나가 될 수 없을 것 같던 여야 정치권과 보혁의 하나 된 모습을 보니 딥딘(Michael Dibdin)의 소설 '죽은 못(Dead Lagoon)'에 등장하는베네치아 민족주의자의 말이 떠오른다. "진정한 적수가 없으면 진정한 동지도 있을 수 없다. 우리 아닌 것을 미워하지 않는다면 우리 것을 사랑할 수 없다. 이것은 백년이 넘도록 지속된 감상적이고 위선적인 표어가 물러간 자리에서 우리가 고통스럽게 다시 발견하고 있는 뿌리 깊은 진리다."

일전에 이석기, 김재연 의원 사태 때 대한민국에 국운이 아직까지 살아있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고마워했던 적이 있다. 경선 비리 및 종북주의 논란 속에서도 끝까지 의원직을 내놓지 않고 버텨준 두 의원 덕분에 민주화 세력에 기생하던 그들의 실체가 낱낱이 파헤쳐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 내 민주화 세력과 구분되어야 할 이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두 의원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것처럼 일본 정치인의 망언에 고마움을 느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들의 망언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함은 분명하다. 끊이지 않는 망언으로 일본은 경제대국으로서 국제사회의 품격과 지위도 보여주지 못했다.

더불어 동북아에서 일본의 리더십과 권위도 상당부분 훼손돼 상대적으로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주도권을 잡고 약진할 기회가 커진 때문이다. 또한 일본 정계의 망언은 우리가 무기력증을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 기회로 작용될 수도 있다.

최근 엔화약세로 인한 수출 감소 및 내수 침체로 경제상황은 악화됐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방미 성추행 사건은 국제적 망신을 초래했다. 여기에다고령화, 청년실업 등으로 우리경제가 과거 일본의 장기침체 진입국면과 흡사한 형국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뾰족한 돌파구를 못찾고, 무엇보다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는 무기력증이 우리의 문제였다. 일본 정계의 망언은 그런 의미에서 또 다른 기회일 수도 있다. 아베 총리, 하시모토 시장을 비롯한 일본정계의 망언 사태를 우리는 기회로 삼아야 할것이다. 하나가 되어 매진한다면 무기력증 따윈 충분히 떨쳐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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