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상황이 위태롭다. 그제에 이어 어제 오전에도 전력경보가 발령됐다. 지난달 23일에 이어 올 여름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전력거래소가 어제 오전 10시22분 전력수급 경보 '준비'(예비전력 400만㎾ 이상 500만㎾ 미만)를 발령했다. 전력당국은 예비전력이 500만kW로 떨어져 전력수급비상 '준비' 단계가 발령됨에 따라 각 가정과 사무실, 산업체에 절전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전력 위기에 대한 우려감은 6월 들어 첫 평일부터 시작됐다.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인데도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전력수급 상황은 일반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국가 차원의 고강도 비상대책 없이는 이 달부터 예비전력이 100만㎾대가 지속되다가 7월 말에는 공급보다 수요가 84만㎾ 더 많을 것이란 전망이다. 8월 둘째 주에는 198만㎾까지 수요가 더 많아 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대로라면 7월 말부터 블랙아웃이 현실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정도의 대책으로 과연 블랙아웃 사태를 막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대책 마련한다지만 별다는 대책이 없다. 산업계와 국민들에게 절전으로 호소하는 것으로 블랙아웃을 막을 수는 없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대책에서 계약전력 5000㎾ 이상인 2836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절전 규제를 가하기로 했다. 이는 계약전력 3000㎾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했던 지난 동계 절전 때보다 오히려 강도가 낮다. 계약전력 5000㎾ 미만인 6만개 사업장에 대해서는 선택형 피크요금제를 도입했다.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들과 지난 겨울 강제 절전 대상이던 계약전력 3000~5000㎾ 미만의 2000여개 사업장이 해당한다. 아울러 계약전력 100㎾ 이상 대형건물 6만8000여 개에 대해 냉방온도를 제한하는 대책도 나왔다.

문제는 산업현장에서 얼마나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다. 생산라인을 돌려야하는 제조업 특성상, 절전하자고 공장가동을 멈출 수는 없다. 특히 반도체나 디스플레, 전기로 업체와 같은 업계에서는 라인을 멈추는 순간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공장을 가동해야하는 산업계의 절전은 한계가 있다.

국방부까지도 어제 합동참모본부, 육·해·공군 본부, 국직부대, 작전사령부 등 관계자가 참석하는 '전군 전기절약 대책회의'를 열어 절전대책을 강구했다. 국방부는 피크타임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냉방전력 사용제한과 2분의 1 소등하기 등 정부 전기절약 대책을 실천키로 했다고 한다. 전력수급 차질로 군 작전임무 수행 등 국가 안위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지 우려된다. 범국민적 절전운동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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